"전화기는 KT지만 전화카드는 마스타 것으로", "맥주를 팔 수 있도록 한국법을 고쳐라"... 한국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KOWOC)가 월드컵 스폰서들의 각종 민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금을 내고 월드컵 스폰서가 된 세계 굴지의 회사들이 ''감놔라, 배놔라''하는 식으로 이것저것 요구하기 때문. KOWOC의 한 국장은 "지난해에는 지적재산권 때문에 툭하면 일이 터지더니 최근에는 스폰서들로부터 요구사항이 많아져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라고 짜증을 냈다. 먼저 경기장내 맥주 판매 요구는 요즘 늘어난 민원들 가운데 단연 압권이다. 훌리건 난동 방지를 위해 술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외쳤던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때 관중이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해달라"는 버드와이저의 요구에 굴복한 뒤 이를 양국 조직위에 전달한 것. 이에 일본이 지난해 11월 소신을 굽히고 `1인 1잔''으로 맥주 판매를 제한적으로 나마 허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버드와이저와 FIFA가 당연히 KOWOC에 똑같은 조치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KOWOC은 지난 14일 집행위원회를 열었으나 국무조정실과 문화관광부의 반대에 부딪혀 FIFA의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회의에서 조직위측은 "맥주는 유럽에서 음료에 불과하고 지난해 컨페드컵 때도 경기장내 판매를 허용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강변했지만 정부측은 "술을 팔려고 국내법까지 고쳐야 하느냐"며 퇴짜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안보다 돈을 중시하는 듯한 FIFA의 이중적 태도는 전화카드와 우승트로피 전시 등 스폰서들끼리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마스타카드가 "프레스센터 등 장내 설치된 공중전화기 사용을 자사 카드로 하자"고 나서면서 같은 스폰서인 KT(한국통신)가 손해를 보게 생겼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이 없다. 트로피 전시행사도 스폰서들간 일정이 겹치거나 잡지 못하는 바람에 오는 25일 테이프를 끊겠다던 조직위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져 2월에나 가능하게 됐다. 이밖에 JVC는 월드컵경기장 밖 광장에 설치될 대형 TV까지 무조건 자사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맥도널드는 경기장 안에 자사 식품만 팔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KOWOC 관계자는 "조추첨 때 내외신 기자들이 가끔 국내 업체의 샌드위치를 사먹어 상표를 떼어내느라 애를 먹었다"고 회고하고 "벌써부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남이 챙기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