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메리칸항공(AA)의 대서양 횡단 여객기를 폭파하려한 혐의로 미국 당국에 체포된 남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원의 리처드 셸비 의원(공화)은 이 남자가 자살임무를 띠고 있었다고 23일 밝혔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이 사건에 관해 연방수사국(FBI)의 설명을 들은 셸비의원은 이날 CBS 방송 회견에서 리처드 리드라는 이름의 가짜 영국여권을 소지한 남자가 자살폭탄 공격으로 여객기를 폭파하려 했다고 전하고 "이 일이 벌어지지 않아 매우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셸비 의원은 프랑스 경찰이 보스턴 경찰에 스리랑카 국적의 이슬람교도 압델 라힘이라고 신원을 통보한 이 남자가 단독으로 행동했는지 아니면 공범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연방 수사당국은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셸비 의원은 이 사건이 전하는 메시지는 "테러리스트들이 우리를 다시 공격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사건이 광범위한 계획의 일부인지 아니면 이 남자 단독행동인지는 아직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FBI의 예비조사 결과 이 남자는 폭발장비 2개를 신발속에 숨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미연방검찰이 발표했다. 앞서 22일 파리 드골 공항을 출발,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던 AA 63기내에서 승무원과 승객들에 붙잡힌 이 남자는 FBI에서 자신이 1973년 스리랑카에서 태어난 타리크 라자라고 밝혔지만, 보스턴 경찰에서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스리랑카 국적의 압델라힘이라고 진술함으로써 미 당국이 그가 소지한 영국 여권이 위조된 것임을 알게됐다고 프랑스 경찰은 전했다. 그는 3주전 벨기에의 영국 영사관에서 발급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여기에는 1973년생 `리처드 콜빈 리드'로 기재돼 있었다. 영국 경시청의 한 대변인은 "여권의 진위여부에는 일부 의문이 있지만 우리는 그가 영국인이라고 믿고 있다"고밝혔으며 ,외무부의 한 대변인은 영국이 용의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FBI와 긴밀히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골 공항 당국은 이 남자가 앞서 21일에도 수하물 없이 공항을 찾았지만 "초조하고 근심하는 기색으로 괴이하게 행동해" 탑승이 거부됐다가, 다음날 다시 수하물없이 공항에 나와 AA 항공기에 탑승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수하물 없이 장거리 비행을 하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탑승지 경찰에 통보되는 것이 관례지만 이 남자의 경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 이 남자가9.11테러 이후 보안검색이 강화된 드골 공항을 어떻게 통과했는 지에 관해 수사를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교통부와 내무부는 이와 함께 드골 공항측에 검색 및 수색 등 보안 조치를 강화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24일 전국 공항에 취해질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로라 화이트 매사추세츠 공항 대변인은 23일 이 남자의 신발에서 발견된 폭발물은 군.산업용으로 함께 사용되는 플라스틱 C-4 폭탄으로, 비행기에 심각한 피해를입히기에 충분한 양이었다고 소개했으며, 이날 보스턴에서 실시된 1차 조사 결과에서도 폭발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 남자가 소지한 것과 같은 플라스틱 폭발물은 공항의 검색 장비와X-선으로도 탐지되지 않으며 오직 탐색견(犬)을 통해서만 적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 남자가 사용하려 했던 물질은 10온스(약0.35g) 정도로 C-4폭탄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CNN은 전문가들이 이 물질이 C-4의 변형인 셈텍스 또는 PETN, RDX 등일 가능성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 남자는 현재 매사추세츠주(州) 플리머스의 한 감옥에 억류돼 있으며, 보스턴검찰청은 그를 기소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검찰청 관계자는 용의자 이름을 포함한소장의 정확한 내용은 이날 오후에나 공개될 것이라고 밝히고, 크리스마스 연휴 관계로 전국 법정이 휴무기 때문에 용의자가 26일까지는 법정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23일 오후 늦게까지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대부분 목적지인 마이애미로 귀환했다고 알 바커 AA 대변인은 전했다. 나머지 탑승객도 23일중 목적지에 도착하게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 특파원 ksshi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