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세트플레이, 수비의 집중력 보강으로 험난한 16강의 길을 뚫어라"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본선 조추첨이 확정되면서 강호들과 맞붙게 된 한국축구대표팀에 절대 명제가 주어졌다. 이번 조편성 결과 한국은 동구권의 폴란드, 신흥 강호 미국, 변방에서 중심부로 올라선 포르투갈과 조별리그에서 맞붙어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을 타진한다. 어느 팀으로부터도 1승을 얻기가 쉽지않은 강적을 만난 한국은 대회 개막 6개월을 남겨 놓고 강인한 체력과 정교한 세트플레이, 상대의 역습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비의 집중력을 집중 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체력이다. 86년 멕시코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했던 박창선 경희대 감독은 한국축구의 유럽징크스는 "강한 체력을 갖춘 유럽 선수들이 몸싸움을 거는 데 대해 체력이 약한 한국선수들이 지레 겁을 먹고 피하게 된 데서부터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이 "대표팀 소집이 끝나더라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선수들에게 신신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한 수위로 평가받는 포르투갈의 경우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를 중심으로 정교한 축구를 구사하고 있어 90분 동안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수비를 펼치지 않으면 바로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폴란드는 세기에서 포르투갈에 다소 떨어지지만 엠마누엘 올리사데베와 토마스 하즈토의 파괴력이 무서운 팀이다. 특히 독일분데스리가 샬케04에서 뛰고 있는 하즈토는 위력적인 중거리슈팅 능력을 갖추고 있어 한국 미드필더들이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쉴새 없이 따라 붙어야 한다. 미국 또한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는데다 신인과 노장, 해외파와 국내파의 수준차가 크지 않은 두터운 선수층을 구성하고 있어 체력전이 예상된다. 강인한 체력이 실점을 막는다면 세트플레이의 보강은 한국축구의 주요 득점루트다. 확실한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은 비록 황선홍이 최고의 테크닉을 갖췄다고는하지만 서른이 넘은 상태여서 풀타임 출전이 어렵고 좌우 날개인 최태욱과 이천수는 스피드는 뛰어 나지만 거구의 유럽 선수들을 제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단 한번의 기회로 상대를 침몰시킬 수 있는 코너킥이나 프리킥에 이은 세트플레이는 가장 확실한 득점 방법이다. 그동안 프리킥을 도맡아 왔던 고종수가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정교한 킥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할 수 있는 선수 육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밖에 대표팀 경기마다 지적되고 있는 수비수들의 집중력 문제도 남은 기간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 지난 달 세네갈, 크로아티아와 친선경기를 치르면서 송종국을 축으로 한 수비라인이 안정감을 보인 것은 큰 위안거리다. 하지만 상대가 세트플레이를 시도할 때 많은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하고도 2선에서 돌아들어오는 선수를 놓쳐 쉽게 실점한 것은 치명적이다. 이같은 상황이 한국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전반 종료 전이나 후반 종료 전에 나온다는 점에서 체력 보강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