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건물을 짓기 위해 옛 건물을 부수는 것은 환경파괴 행위이기도 합니다.기존 건물을 보존,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리모델링의 첫 걸음입니다" 독일 건축설계회사인 게버스 쿤&쿤의 올리버 쿤 사장(39)이 전하는 리모델링의 화두다. 게버스 쿤&쿤은 독일 통일 이후 베를린지역 건물 리모델링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옛 동독지역 재건에 기여한 공로로 공동대표인 쿤 사장 부부는 독일연방정부의 예산지원을 미리 받아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할 정도로 건축설계 실력을 인정받는 신예 건축가들이다. 쿤 사장은 "옛 동독지역에 있는 1백년 된 공장을 사무실로 바꾸거나 지은 지 오래된 역 공항 항구 등을 리모델링해 서독보다 더 쾌적한 환경으로 바뀌자 인구 유입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독일인들은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을 개인의 취향대로 바꿀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워 신축보다 돈이 더 들더라도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독일 상황을 소개했다. 쿤 사장 부부는 지난 16일 서울에 들어와 국민대 한양대 서울대 연세대 홍익대 등을 순회하며 대학생과 교수들을 상대로 리모델링에 관한 강연을 했다. 통독 이후의 건축양식 변화,리모델링의 기본개념,미래 건축기술 등이 강연주제다. 쿤 사장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 발생하는 전체 쓰레기량의 60% 정도가 건물 철거에서 생기는 것이란 통계가 있다"며 "건물 철거 때는 인체에 유해한 독극성분이 배출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건물을 고쳐서 다시 사용하는 리모델링의 중요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버스 쿤&쿤은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건축설계를 꾸준히 시도해왔고 한국 건축시장에서 그 방법을 접목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다. 쿤 사장은 "한국도 개발을 추구하던 단계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건축방식을 도입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게버스 쿤&쿤이 그동안 쌓아온 건축설계 노하우를 한국 설계업체와 공동으로 한국에서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과 독일의 상황은 비슷한 측면이 적지 않다"며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게버스 쿤&쿤의 독일재건 참여경험이 한국에서도 일정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www.gkk-architekten.de).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