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42개 WTO 회원국 대표들이 속속 입국한 도하 공항은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어 전장(戰場)을 방불케 했다. 완전 무장한 공항 수색대가 입국자들을 일일이 엄중 수색한 것은 물론 각국 대표단도 독가스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 방독면을 공수해 오는 등 초긴장 상태. 특히 중동 테러리스트들의 집중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큰 미국과 유럽은 대표단 자체를 대폭 축소해 이번 각료회의가 당초 예상보다 맥빠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높였다. 미국은 당초 2백50명의 정부 대표단을 파견키로 했다가 1백명 안팎으로 줄였고 일본도 당초 2백50명에서 1백70∼1백80명 수준으로 축소시켰다. 각료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카타르의 미군 공군기지에서 현지인에 의한 총격사건이 발생,한때 회의 관계자들을 초비상 상태로 몰아넣었다. 현지 경찰당국에 따르면 이날 도하에서 남쪽으로 40㎞ 가량 떨어진 알 아디드 미군 공군기지에서 압둘라 무바라크 알 하지리라는 이름의 현지 남성이 몇 발의 총격을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 미군측 경비대의 즉각적인 응사로 하지리는 현장에서 즉사했으며 더 이상의 추가적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한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슬픈 일이지만 각료회의와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태가 회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TO 일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스튜어트 하빈슨 WTO 주재 홍콩 대사도 "유감스런 사고가 일어났지만 이번 각료회의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는 데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이번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협상을 출범시키지 못하면 WTO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세계무역체제도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 무어 총장은 8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성명에서 "WTO가 향후 몇년간 세계 무역의 중심에 계속 서 있을지 여부가 이번에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카타르)=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