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최근의 세계경제는 1997년의 경제위기에 비해 상황이 더욱 나빠서 제1차 석유파동기인 1974년 말 이후와 비교된다. 지난 97년의 외환위기 때에는 미국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가 버티고 있었으나,지금은 10년째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과 함께 미국 등 선진국 경기조차 침체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채무불이행(default)을 선언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각국,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함께 전세계가 불황과 침체를 호소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조차 마이너스 성장률을 걱정하고 있다. 가뭄 때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기다리듯이,세계는 미국 EU(유럽연합) 등의 경기회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9·11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참사 때문에 경기회복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8개월 동안 수출실적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세계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별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내년 중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이어 대통령 선거까지 치러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정책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때다. 이는 유권자의 표를 기대하는 지자체와 정부가 각종 선심정책으로 재정적자를 가속화하고,또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제압,경제정책의 기본을 흔들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상처럼 내년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보다 오래 지속될 수도 있으므로 단기대책과 장기대책으로 나누어 대비해야 한다. 우선 이러한 전환기에는 경제정책의 근간을 장악할 수 있고,또 나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경제논리를 정치논리보다 앞세울 수 있는 '정치저항적인 경제관료'가 있어야 한다. 어떤 정권이 출범하더라도 경제정책은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경기를 회복시킨다고 할 때에는 우선 내수활성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이미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업대출 확대를 발표하고 있지만,정부가 지시한대로 따라 줄 금융기관이 적다는데 문제가 있다. 금융기관은 기업신용을 정리하면서 개인신용을 확대해 왔으나,기업이 망하게 되면 개인 부실 역시 급증하게 된다. 일부에서 연말 금융대란을 떠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도 회전속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금경색을 원망하고 있다. 2차 추경예산안이 통과됐지만 내년 상반기에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 소비 장려를 하고는 있으나,이것 역시 쉽지 않다. 소비할 여유가 있는 상류층은 경기회복효과가 있는 국산 사용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 감소로 원자재와 설비수입은 급감하는 반면 소비재수입이 증가하는 것이 이에 대한 증거다. 금리를 낮춰서 기업들이 수지개선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나,경기침체로 인해 자금회전이 잘 안돼 힘들어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리로 생활하는 개인들과 펀드,연기금 등이 고통을 받고 있다. 경기대책의 하나로 법인세를 경감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효과는 1년 뒤에 나타나고,무엇보다 이익이 없을 때 법인세는 부과되지 않는다는 기본문제가 남아 있다. 장기대책으로는 물가안정과,재정을 통한 경기진작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저금리 정책만으로는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안된다. 정부가 금리 조정을 통한 금융통화정책과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수단을 통해서 할 수 있는 두가지 정책수단을 갖고 있는 현시점에서 장기정책을 마련,시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이 세웠던 경제정책이 클린턴 정권에서 꽃을 피웠듯이,현 정권이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경제정책이 나와야 한다. 물론 현 정권에서 행했던 여러 가지 개혁성과와 함께 나타났던 부작용을 수습하는 정책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제 성적표를 받기까지 1년이 남았다. 현 정권이 출범했을 때의 주가와 정권 말기의 주가를 비교해 보면 된다. 정책담당자들은 하늘과 국민을 원망하기 전에 지난 날을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바라볼 때다. kesop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