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인 12일 다우지수의 움직임은 요즘 미국 증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개장 초 9월 소매매출이 2.4% 떨어졌다는 '악재'와 주니퍼네트워크스의 예상밖 수익호조라는 '호재'가 지수를 밀고 당겼다. 그러나 11시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탄저균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일시에 2백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오후 들어 이 탄저균이 테러와 관련된 것이 확실하지 않고 또 감염된 NBC방송 직원의 생명이 위태롭지 않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때부터 낙폭을 크게 줄이면서 장을 마감했다. 추가 테러 가능성은 이번주도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테러 변수가 없다면 역시 기업들의 수익발표가 최대 관심사.인텔 IBM(16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시티그룹 AOL타임워너(17일)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GM(18일) 노키아 질레트(19일) 등 쟁쟁한 회사들의 수익발표가 예정돼 있다. 테러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미국증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주 발표된 기업들의 수익이 예상외로 좋았기 때문.이번주에도 그런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에 월가의 촉각이 쏠려 있다. 분위기는 일단 좋은 편이다. 9월 소매매출 감소율이 92년2월 이후 거의 10년 만에 가장 나쁘게 나왔으나 미시간대학의 소비자신뢰지수 사전조사가 좋게 나타나는 등 긍정적인 재료들이 많다. 아프간에 대한 공습이 이뤄진 직후인 월·화요일 등 지난 주초에는 공습의 파장을 우려해 주춤거리를 양상이었다. 그러나 주 중반부터 안정을 되찾으면서 한주동안 다우는 2.5% 상승하고 나스닥은 6.1% 올랐다. 1,703을 기록한 나스닥은 테러발생 한달 만에 이전 수준(1,695)을 넘어섰고 다우도 2백61포인트 남겨놓고 있다. 지난주 1.9% 오른 S&P500지수도 테러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해 있다. 나스닥의 급반등은 테러사태가 기술주의 영업력을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시장참가자들의 확신에서 비롯됐다. 특히 목요일 장이 끝난 후 3분기 수익을 발표한 주니퍼네트워크스의 주당이익이 월가의 예상(3센트)을 크게 웃도는 10센트로 나타나자 이 회사 주가는 금요일 하루에만 27% 상승하면서 시스코시스템스 델컴퓨터 등 기술주의 동반상승을 이끌어냈다. 반도체주도 강세였다. 인텔이 14% 뛰어오르는 등 16개 반도체업체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6% 상승했다. 미국인이 생화학테러에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탄저병 같은 생화학적인 질병에 대한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진단제를 만드는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해 눈길을 끌었다. 캘리포니아의 세파이드 같은 회사는 NBC에서 탄저병 환자가 확인된 12일 하루에만 무려 43%나 치솟았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