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를 거절당한 농민이 극약을 마시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오후 6시께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양기리 안성 곡산미곡처리장 공터에서 이모(68.안성시 미양면)씨가 극약을 마시고 신음중인 것을 미곡처리장 직원 이승호(56)씨가 발견,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이씨는 "미곡처리장 북쪽 마당에서 이씨가 구토를 한 상태로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농약병이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또 미곡처리장 관리과장 민병원(41)씨는 "이씨가 수매를 거절당하자 수매처 책상에 '나는 간다. 기다리지 마라. 공도(공도읍)에서'라고 적힌 메모지를 툭 던져 놓고 갔는데 이씨가 음독한 것을 안 뒤 나중에 내용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이씨가 수매하려 한 벼 40㎏짜리 100여가마(530여만원 상당)에 앵미(겉이 붉고 질이 낮은 쌀)가 많이 섞여 있어 수매를 거절했다는 미곡처리장 직원들의 말에 따라 이씨가 이를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다. 한편 전농 산하 안성농민회는 10일 이씨의 장례를 치른 뒤 곡산미곡처리장을 항의 방문, 안성시장과 농협관계자에게 "이번 사고는 개인이 운영하는 미곡처리장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며 "추곡수매를 모두 농협에서 처리, 농민의 피해를 방지할 것"을 요구했다. (안성=연합뉴스) 최찬흥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