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을 추진중인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의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법제심의회 회장으로 민사소송법 권위자인 다케시타 모리오(竹下守夫)쓰루가다이(駿河台)대학 학장은 3일 낮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제도위원회, 경제정책위원회, 기업경영위원회 등 산하 3개 위원회가 공동으로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초청간담회에서 '일본의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 동향과 경과'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다케시타 학장은 "일본은 1970년대 이후 집단소송제 도입논의를 해왔으나 법률체계와 맞지 않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는데다 기업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제도의 도입을 유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집단소송제도의 경우 자신이 원고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판이 진행될 수 있어 패소하는 경우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돼 위헌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집단소송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의 불특정한 권리가 재판의 대상이 될수 있어 기존 민사소송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며 "미국에서 집단소송제가집단적 피해자의 이익구제보다는 변호사의 이익추구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부작용이많이 나타나 제도 도입의 주장이 힘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이유로 일본은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으며 1996년 법제심의회에서 다시 도입을 논의한 바 있으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도입을 유보하는 대신집단적인 피해에 대한 구제책으로 민사소송법상 선정당사자 제도를 보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회 이후 SK 손길승 회장,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일본과 비슷한 민사소송법 체계를 가진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볼 때 일본의 이같은신중한 정책추진 방침에 공감을 보이며 정부가 추진중인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보다신중하고 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전경련 손 부회장은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투명성확보라는 `득'보다는 소송남발등에 따른 `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도입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라며 "사외이사제도 및 공시 강화 등 기존의 투명성 제고 대책이 정착되도록 노력하는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자유기업원 이형만 부원장은 "집단소송제는 투명성 강화와 연계시킬 문제가 아니다"라며 "증권분야에만 집단소송제를 별도로 도입할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분야로확대해서 도입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