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체제는 정부나 공기업 등 공공 부문에도 많은 변화를 요구했다. 1998년 2월 출범한 현 정부는 그동안 3차에 걸쳐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13만1천명의 공무원을 감축했다. 97년말 1천7백8개에 이르렀던 중앙부처의 부서 수가 현재는 1천4백81개로 줄었다. 공공부문 인력은 97년말 정원 대비 18.7%(13만1천명) 감축됐다. 11개 민영화 대상 공기업중 포항제철 등 6개 공기업이 민영화를 통해 새로운 민간인 주인을 만났다. 공기업 자회사 정비 계획에 따라 61개 자회사중 20개가 통폐합되거나 정리됐다. 포항제철 종합화학 한국중공업 등 공기업 여섯 곳은 민영화가 끝났고 한국통신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 지역난방공사 가스공사 등 다섯 곳은 민영화 일정을 밟고 있다. 그러나 공공개혁의 각론을 들여다보면 평가는 달라진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세차례나 정부조직을 개편, 중앙부처를 '17부2처16청' 체제에서 '18부4처16청'으로 확대했다. '작은 정부'라는 구호와는 반대 방향으로 덩치를 키운 꼴이다. 정부의 인력 감축에 '숫자 꿰맞추기식' 의혹도 제기된다. 대전시에서는 지난해말 하위직과 기능직 직원 1백18명을 퇴출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바로 다음날 시 산하 시설관리공단 직원으로 다시 채용되기도 했다. 조직 개편의 불공평 문제도 지적된다. 중앙부처의 고위직 공무원들은 보직을 받지 못해 이 부처 저 부처를 전전긍긍하는 '인공위성'으로 떠돌아 다니는 반면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하위직 공무원들은 무리한 인력 감축으로 인해 '살인적인' 밤샘 작업을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하고 있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관행도 고쳐지지 않았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권 인사가 공기업 CEO(최고경영자)로 임명되고 이들은 노동조합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개혁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개방형 직위제도도 겉돌고 있긴 마찬가지다. 공직사회에 민간인 전문가를 수혈하기 위해 민간에 개방된 직위(1백31개)중 1백12개 직위에 대한 임용이 끝났지만 민간인 출신은 14명이 고작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공직사회에 퍼져 있는 냉소주의와 비능률이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7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경제관료중 75%가 '공직을 떠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관료사회의 지연.학연 연고주의와 효율적이지 못한 업무 시스템을 강력히 비판했다. 한국외국어대 황성돈 교수는 "공공부문 인력의 비대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인력의 전체 규모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총정원제라든지 불필요한 인력이 오래 공공부문에 머무를 수 없도록 하는 계약 임용제도를 범정부 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신대균 상임집행위원은 "공무원들이 1년에 한번씩 보직을 바꾸는 순환보직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무원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기란 어렵다"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