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라는 여자를 한 번 보자. 30대 초반의 나이에 몸매는 통통하고 말투는 어눌한데다 술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산다. 하는 일마다 좌충우돌이고, 그 나이 되도록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도 없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여주인공으로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여성이전 세계 독신녀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성원을 얻었던 주인공이다. 「브리짓 …」은 30대 초반 독신 여성의 심리와 사랑을 코믹하면서도 실감나게 그린 영국 영화로,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원작자인 헬렌 필딩이 총제작과 각본을, 여성 감독인 샤론 맥과이어가 연출을 맡았다. 서른을 넘긴 여자가 혼자 산다는 것은 영국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모양이다. 부모의 결혼 성화에 시달리던 브리짓은 마지못해 새해 파티장에서 소꼽동무이자 인권변호사인 '마크'(콜린 퍼스)를 소개받는데, 충격적인 소리를 듣고 만다. 마크가 그녀에 대해 '줄담배에 알코올 중독자'라고 욕하는 소리를 듣게 된 것. 실의에 빠진 브리짓은 새해부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일기를 쓰기로 결심하고,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그녀의 각오란 이렇다. 우선 살을 10㎏ 빼고, 그럴 듯한 남자를 만나 데이트를 즐기는 것. 단 술꾼, 일 중독자, 요리조리 핑계대면서 결혼을 피하는 비겁자들은 피할 것.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법일까. 브리짓은 자신이 다니던 출판사의 편집장 다니엘(휴 그랜트)과 어느 날 '성희롱' 비슷한 e-메일을 주고받다가 사랑에 빠진다. 이 후 마크와도 우연히 자주 마주쳐 브리짓은 삼각 관계의 주인공이 되고만다. 하지만 모든 일이 갑자기 술술 잘 풀리면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하는 법. 그녀가 거의 꿈을 이뤘다고 행복해할 때, 다니엘의 복잡한 여자관계가 드러난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배우 르네 젤웨거를 위한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톰크루즈와 함께 출연한「제리 맥과이어」로 얼굴을 알린 그녀는 짐 캐리와「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에 출연, 그와 연인 사이로 발전해 주목을 받은 배우. 원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영국 여성들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브리짓'을 미국출신의 그녀가 연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영국은 들끓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브리짓…」은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개봉돼 흥행에도 성공했으며, 영화를 위해 살을 찌우고 '망가지는' 모습을 서슴없이 보여줬던 르네젤웨거는 찬사를 받았다. 곧 제작될 속편에도 그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극 초반 셀링 디옹의 '올 바이 마이셀프' (All by myself)를 온 몸으로 따라 부르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외로움에 찌든 노처녀의 처절함이 느껴진다. 섹시한 속옷 대신 커다란 거들을 입어 남자한테 무안당하고, 커다란 엉덩이를 TV 생중계에서 드러내 스타일을 한껏 구길 때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하지만 남자에게만 집착하는 그녀에게 공감보다는 한심함이 앞서는 여성 관객들도 있을 법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한다'며 브리짓에게 고백하는 콜린 퍼스나 휴 그랜트같은 남자들이 왜 그녀에게 반하는지 끝까지 이해못할 사람들도 말이다. 브리짓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친숙한 영화 음악들을 덤으로 들을 수 있는 재미도 곁들여진다. 9월 1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