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통용될 유로화가 2주 후면 역내 은행들에 수송되기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그 준비 상황와 파급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히높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0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브뤼셀발 기사에서 모두 6천억유로 상당의 유로 지폐와 동전이 독일을 비롯한 유로 사용 12개국의 은행들에 전달될 것이라면서 수송용 장갑 차량이 충분한지부터 혼돈없이 환전이 잘 이뤄질지, 그리고 최장 두달의 과도기에 유로와 기존 통화들이 무리없이 혼용될 수 있을지, 또 위폐가 얼마나 극성을 떨지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권의 모두 3억명이 내년 1월 1일부터 유로 지폐와 동전을 차질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송에만도 최소한 몇천대의 장갑 차량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평시로는 최대의 수송 작전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민간 차량이 부족해 군대까지 동원할 계획이다. 강도들이 유로 수송을 그냥 놔둘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로권의 수송보안회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있다. 유로 통용을 앞두고 특히 유통업계의 부담이 여간 큰게 아니다. 세계 3위 슈퍼마켓 체인인 로열 아홀드의 유럽 책임자인 에리소 코프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높은 곳에서만 유로 문제를 내려다보기 때문에 실상을 모른다"면서 "특히 유로와 기존통화들이 함께 사용되는 두달간이 유통업계로서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ECB측은 지난 99년 1월부터 역내의 금융 및 소비자 상품들에 기존 통화와 함께 유로도 병기돼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유로가 1월 1일부터 공식 통용되더라도 2월말까지는 기존 통화들이 함께 사용된다. 독일만 유로권에서 유일하게 오는 12월 31일 이후 마르크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로권의 모든 은행들은 이후도 기존 통화들을 유로로 환전한다. 그 기한은 내년말까지다. 이후에는 2004년까지 유로권 중앙은행들만 환전 업무를 수행한다. ECB측도 유로화 전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3가지가 지적된다. 유로권 은행에 한꺼번에 수송되는 물량이 워낙 크다는 것과 이것이 단기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유로와 기존 통화가 함께 사용되는 과도기에 문제가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빈틈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 지폐와 동전은 일정상 내달 1일부터 역내 은행들에 도착하기 시작해야 한다. 유로화를 전달받은 은행들은 상당 부분을 유통업계에 먼저 배분할 예정이다. 사전에 익숙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라는 지적들이 많다. 소비자가은행에 가지 않고 상점에서도 기존 통화를 유로로 사실상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들은 지적한다. 상점들은 잔돈을 반드시 유로로만 지급하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ECB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면서 유로와 기존통화가 함께 사용되는 기간에는 상점들이 평소보다 20-25배에 달하는 현금을 유로로 보유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연말 연시의 황금 세일 시즌에 자칫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이 빚어질경우 유로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실추되는 역효과도 우려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ECB측은 이것이 기우라고 반박한다. 빈 두이젠베르그 ECB 총재는 유로화를 너무 일찍 배포할 경우 위조를 부추기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또 가뜩이나 위축된 역내 성장이 유로와 기존 통화간 조기 환전으로 인해 더 영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조에 대한 이같은 우려는 동유럽 일각에서 위조범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유로폴이 전함으로써 뒷받침되고 있다. 위조 뿐 아니라 유로권을 통해 돈세탁이 극성을 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500유로라는 고액권이 범죄 조직의 타킷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는 미화100달러가 주로 검은 돈을 은닉하는 주요 수단이 돼왔으나 500유로가 돌기 시작하면 이걸로 대거 바꾸게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ECB는 500유로가 기껏해야 전체유통 유로화의 3%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로 통용이 민간 업계의 비용을 높이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프랑스의 구멍가게들은 프랑화를 받으면 따로 모아두기 위해 가게 한쪽에 바구니를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자판기 교체 수요만도 몇백만대에 이르고 있다. 현금지급기도 물론 바꿔야한다. 심지어 주차장 파킷미터기도 유로 동전이 들어가야 하니 교체가 불가피하다. 유럽의 은행들은 유사시에 대비해 연말연시 휴가를 대부분 취소했다. 심지어 유로 지폐와 동전을 짊어 날라야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직원들이 헬스클럽을 다녀 체력을 다지도록 하는 곳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통용의 장단기 효과를 이렇게 정리한다. 장기적 효과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본다. 역내 교역이 증가해 성장을 부추길 것으로 기대한다. 이것이 예상대로 되면 인플레도 진정되는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역효과도 예상된다. 환전으로 인한 추가 비용으로 인해 특히 금융기관을 비롯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환전 과정에서 득을 보는 회사들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인들이 환전 비용 등을 감안해 상품 가격을 올리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일부 상인들이 우려하는 현금 부족으로 인한 거래 중지가 유로권 성장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