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잠깐 생각에 잠겼던 그가 말을 잇는다. "장난감 같아요.함께 놀 수 있으니까.재미있고,언제나 즐거우니까" "장난"이란 말에 대뜸 눈살을 찌푸릴 참이라면 한번 추억을 더듬어보자. 어린시절 온전히 마음을 주었던,무엇과도 바꿀 수 없던 장난감들을.그 근사하고 소중하던 장난감들을 말이다. 윤도현(29). "한국록"의 혈통을 잇는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그가 이끄는 윤도현밴드(윤밴)가 5집앨범 "언 어버나이트"(An Urbanite.도시인)를 들고 나왔다. 4집 "한국록 다시 부르기"이후 1년6개월만이다. 그동안 무슨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새 앨범은 이전의 그들이 들려주던 음악과는 분명히 달라졌다. 창자를 끊어낼듯 포효하던 윤도현의 보컬은 언뜻 달콤하달만큼 부드럽고,거칠고 강렬하게 금속성 사운드를 토해내던 기타도 한결 결고운 연주로 바뀌었다. 노랫말도 사회를 향해 분노의 핏발을 세우는 대신 자아나 사랑같은 "사적 영역"에 촛점을 많이 맞췄다. 그야말로 오래 벗한 장난감처럼 편안하고 친숙한 분위기. "기타를 새로 맞은게 가장 큰 원인이죠.(윤밴은 지난 3월 박태희(베이스),김진원(드럼)의 기존멤버에 리드기타로 허준(28)을 새로 영입해 진용을 다시 갖췄다) 밴드음악 분위기는 기타 사운드가 좌우를 하니까요.재즈를 했던 준이를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음악분위기가 바뀌었고,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워요.전보다 세련되고 더 많이 익었다고 할까" 윤씨가 곡과 가사를 주로 쓰던 것도 달라졌다. 외부에서도 가사와 곡을 받았고 한번도 노랫말을 쓰지 않던 멤버가 펜을 들거나 편곡을 함께 했다. 결과는 다양했다. 록밴드 음악에선 만나기 힘든 턴테이블을 긁어서 내는 스트래치 사운드나 가야금 선율을 덧입히는 실험들이 이뤄졌다. 모던록풍의 타이틀곡 "내게 와 줘"는 윤밴에게 듣기 어려웠던 말랑말랑한 사랑노래다. "재미있었어요.안해봤던 작업이라 처음엔 좀 멋쩍기도 했지만 곧 익숙해졌죠.서로 몰랐던 면면들을 발견하기도 했구요.우린 일정한 틀로 규정되고 싶지 않아요.노랫말도 마찬가지죠.서른을 넘기면서 "내면"에 마음이 많이 갑니다.뮤지션이기 이전에 편안하게 대중들과 교감하는 밴드가 되고 싶구요.앞으로도 눈치 안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겁니다" 변화는 있었지만 윤밴특유의 건강하고 시원한 느낌은 앨범에 고루 살아있다. 5개월여 공을들인 앨범에는 국내최초로 음반이 나오기까지 제작과정을 담은 뮤직 다큐멘터리 CD를 보너스로 담았다. "곡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전제되는지를 보고나면 노래뿐 아닌 연주,나아가 음악전체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밴은 앨범발매를 기념해 서울 대학로 라이브1관에서 콘서트 "친구야 함 놀아불까"를 열고 있다. 오랜만에 서는 소극장 무대. 23일까지 이어지는 장기공연이다. "소극장 공연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는,라이브에서 더 빛나는 그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번 공연은 오후 7시30분,주말 6시,15-17일 쉼. 9월부터는 3개월여의 전국 투어에도 나선다. 1588-1555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