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경기와 체감경기간의 괴리로 경제실상 파악에 종종 혼선이 발생한다. 지수경기를 대표하는 경제성장률(실질GDP 증가율)은 물량 변화만을 계산하기 때문에 기업의 채산성과 국민들의 구매력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지표로 교역조건을 반영해 우리경제의 구매력을 평가한 GDI(국내총소득) 증가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수출가격을 수입가격으로 나눈 지수로 정의되는 교역조건을 이용하면 기업실적과 소득변화를 계산할 수 있게 돼 체감경기의 측정이 가능해진다. 이전보다 비싼 가격으로 수출을 하여 교역조건이 개선되면 기업의 채산성과 구매력이 높아진다. 반대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이전과 같은 물량을 수입해도 지출되는 비용이 증가해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국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게 된다. GDP 증가율이 아무리 높아도 자기 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이 늘지 않으면 성장률 지표는 허수가 된다. 실제로 지난해 교역조건이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체감경기 침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교역조건은 11.8%나 악화돼 이를 반영한 실질GDI 증가율은 1.5%에 불과했다. 지난해 실질GDP 증가율이 8.8%였으므로 실질GDP 증가율과 실질GDI 증가율 간에 7.3%포인트의 격차가 발생, 지수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확인해 주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교역조건 악화가 지속돼 1.4분기의 교역조건 증가율은 마이너스5.3%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한 실질GDI 증가율은 0.6%로 체감경기는 거의 정체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실질GDP 증가율도 금년 1.4분기에는 3.7%로 크게 하락해 체감경기와의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교역조건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진행되고 있는 IT(정보기술)와 비IT 경기의 양극화도 체감경기 부진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년간 IT산업의 성장률은 40%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GDP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IT산업의 생산증가율은 6%에도 못미쳤다. 이는 지난 2년간의 성장중 대부분은 GDP의 15% 정도밖에 차지하는 못한 IT업종이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성장률은 평균 개념이어서 어느 특정업종의 고성장이 경제성장률 전체를 끌어올릴 수 있게 돼 부진한 산업부문은 과대 평가되기 마련이다. 특히 IT산업 관련 종사자가 우리 나라 총취업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취업자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전통산업의 부진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체감경기의 부진도 쉽게 개선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올 4월의 산업생산 증가율 5.7%중 반도체 등을 제외한 전통산업 위주의 생산증가율은 4.2%를 기록, 3월의 0.8%에서 크게 증가했다. 체감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발표된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소비자태도 지수 등 경제주체의 심리지수 회복 조짐과 궤를 같이하고 있어 향후 경기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경기를 판단하는데 있어 평균 개념인 거시적인 경제성장률 뿐만 아니라 체감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 업종의 실적 등 미시적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순영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장.경제학 박사 serihsy@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