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상선은 지난 9일부터 사업중단 여부를 놓고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일에는 "중대 발표설"을 예고하면서 사업중단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더니 11일 마침내 금강산 관광사업을 잠정 중단키로 최종 결정하고 정부에 통보했다.

<> 중단배경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은 최대 위기에 처한 그룹의 경영 사정상 더 이상 출혈을 감수하며 버티기 어려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으로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된 현대상선마저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흔들릴 경우 그룹의 존립 기반에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한마디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돼버린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하다간 그룹이 공멸하게 된다는 최후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중단은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인한 수지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는 당초 연간 50만명의 관광객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2년간 실적은 절반에도 훨씬 못미쳤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와 현대아산(주)이 밝힌 "육로관광"의 연내 실현 가능성도 유람선 관광사업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가져 왔다.

육로관광 추진 발표후 관광객 수가 지난해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앞으로는 관광객 수가 더욱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대했던 정부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사업을 접게 만든 요인이다.

현대측은 정부에 면세점 및 카지노 사업의 승인을 계속 요청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차 역시 "대북사업 지원 불가" 입장을 못박고 나왔다.

정부는 면세점이나 카지노 사업 허용이 금강산 관광사업의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대북정책에 흠집만 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에서의 신인도 하락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백약(百藥)이 무효(無效)하게 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날아든 현대상선 채권단의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요구는 "울고 싶은 사람에게 뺨 때리기"가 됐다.

중단 발표를 놓고 정부의 눈치를 보던 채권단의 요구는 사업중단을 명분삼기에 더없이 좋은 이유로 작용했다.

<> 앞으로 어떻게 되나 =분명한 것은 현 정부가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가시화하는데 단초를 제공했을 뿐더러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은 어떤 식으로든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북측의 이해와도 일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강산 관광사업의 향후 운명은 대략 네가지로 점쳐지고 있다.

먼저 통일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관련 부처를 상대로 행정처리를 밟는 과정에서 입장이 조율돼 중단 방침이 철회될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두번째는 방침대로 사업을 중단할 경우 일정기간 조정을 거쳐 해상 관광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선박 운항회수를 포함한 사업규모 및 북측에 제공하는 사업대가 등을 재조정한 뒤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세번째 가능한 시나리오는 해상관광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내 전면 육로관광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를 위해 당국간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당초 목표로 했던 금강산 육로관광사업의 실현이 앞당겨지는 셈이다.

외국 투자기관을 포함한 제3자의 사업인수 가능성도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지난 2월 방북에서 잠정합의한 남북한과 제3국을 연결하는 관광상품이 실현될 경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완전히 쏜을 떼거나 합작형태로 계속 참여할 것인지의 선택이 남게 된다.

하여간 이번 현대의 결정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은 출범 2년5개월만에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계속 남겨 두고 싶어하는 정부의 의지와 적자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기업의 경영논리가 맞닥뜨린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해법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