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11일 합병 쟁점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국내에도 총자산 1백65조원을 보유한 세계 60위권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특히 두 은행의 합병은 해외투자자에게 한국의 구조개혁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의 변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 다소 주춤했던 금융구조조정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은행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는 것이 금융계의 평가다.

이번 합병 본계약에 이르는 과정에서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했던 것처럼 두 은행간 갈등 요소는 곳곳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 합병은행 어떻게 출범하나 =두 은행은 이날 합의한 사항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각각 이사회를 열고 본계약 내용을 승인한 후 본계약을 정식으로 맺게 된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두 은행은 임시주주총회를 각각 열고 합병안을 승인해야 한다.

이에 걸리는 시일은 6주일 정도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이때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은행 주총에서 합병안이 의결되면 두 은행은 신설법인을 설립, ''한몸 만들기''에 본격 들어가게 된다.

합병은행이 출범하는 시기는 11월1일로 예정됐다.

이미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주택은행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국민은행의 재무기준 변경작업 등을 고려해서 당초보다 출범시기가 늦어졌다.

합병은행장은 앞으로 행장추천위원회를 구성, 선출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합병은행 창립주총에서 최종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 넘어야할 산이 많다 =두 은행이 본계약 내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앞으로 합병은행 출범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존속법인을 결정하지 못하고 신설법인을 만드는 형식을 선택한 것은 이같은 예측을 가능케 해주는 대표적인 예다.

당초 합추위는 신설법인을 만들면 적어도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고 시일도 많이 걸린다는 점을 들어 폐기했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하겠다는 합추위 안에 대해 주택은행이 끝까지 반대하자 폐기됐던 안이 부활했다.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두 은행의 현주소인 셈이다.

물론 신설법인 설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국민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합병은행장 결정 문제는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힌다.

그동안의 난항도 사실상 은행장 자리를 둘러싼 전초전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사태 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위원회가 막판중재에 나섰다는 점에서 합병은행이 정부의 입김을 얼마나 배제할 수 있을 것인지도 주목거리다.

일각에서는 이날 극적 타결은 12일 금융감독위원회의 ''청와대 보고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두 은행은 비록 국내 우량은행으로 손꼽히지만 소매금융에 특화돼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합병과정에서 통합효과를 충분히 발휘하려면 조직과 문화적 차이를 빨리 극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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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주택은 합병일지 ]

2000.12.22 합병양해각서(MOU) 체결

2001.1.4 합병추진위 발족
1.22 합병추진 실무추진기구 설립
2.12~3.23 안진.삼일회계법인 실사
3.31 합병계약서 체걸(실패)
4.11 합병 본계약 쟁점합의 발표
4.16 합병 본계약 체결(예정)
11.1 합병은행 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