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6년동안 한국건설사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동아건설이 9일 법원의 회사정리절차 폐지 결정으로 영욕의 세월을 접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모 건설업체 대표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동아건설만한 기술력과 인력을 갖춘 회사가 다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는 "동아건설이 파산하는 아쉬움보다 법정관리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경제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을 보고 더욱 실망했다"며 울분을 삭히지 못했다.

동아건설이 파산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무리한 시장개입이 낳은 정책실패라는 것이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했다.

그 첫 케이스가 동아건설이었다.

그리곤 쓰러져가는 중소건설업체 수백개를 살리고도 남을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 순간부터 채권단의 도덕적 해이는 시작됐다.

쓰러져 가는 기업을 돕기는 커녕 공적자금을 빨아들여 금융기관의 손실을 줄이는데 급급했다.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인 회사를 살리는데 앞장서야할 노조도 제몫 찾기에 급급했다.

동아건설은 99년초 채권단이 1조8천억원을 출자전환해 주기로 해 정상화의 수순을 착착 밟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노조가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고병우 회장 퇴진운동을 벌이면서 출자전환은 무산됐다.

이로 인해 절호의 회생기회를 놓쳐 버렸다.

이런 와중에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최원석 전 회장은 경영복귀를 시도해 내분을 부추겼다.

건설행정당국의 무사안일도 한 몫을 했다.

리비아 시장이 우리나라 해외건설시장의 1,2위인 곳임에도 불구하고 대수로 공사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산실사과정에선 동아건설 고위관계자가 7천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고백하는 "꼼수"까지 등장했다.

국민들의 바람은 분명하다.

더이상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요,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인 기업이 도덕적 해이와 자기몫 챙기기의 희생물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백광엽 건설부동산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