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 한반도를 강타한 20여년만의 폭설은 관련 기업들에 날씨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충분했다.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 하루 5천만원 이상을 부담해 오던 스키장은 희색이 만면해졌다.

스노타이어가 불티나게 팔렸고 등산화 등 신발업체들도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눈을 치우는데 들어가는 염화칼슘제조업체도 재고가 없어 생산라인을 풀가동했다.

그 덕분에 증시에선 "폭설 수혜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반면 설연휴 직전 기상청의 눈 또는 비 예보로 인해 렌터카업체는 예약률이 80%대를 밑돌아 울상을 지울 수 밖에 없었다.

날씨는 이처럼 기업 활동과 떼어낼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급변하는 기상은 기업 경영전략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분야도 광범위하다.

농업 어업 등 전통 산업과 식품 유통업체 뿐만이 아니다.

건설현장 에너지 레저스포츠, 심지어 금융 보험 등 서비스 업종도 포함돼 있다.

선진외국의 기업들은 이미 각종 기상정보를 맞춤복처럼 가공, 경영전략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과거 재해를 대비하는 소극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날씨정보를 다각도로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올해 기상예측도와 업종별 영향 =한반도 기상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업종은 식품 의류 등 소비재 쪽이다.

올 상반기 기상예측도를 바탕으로 업종별 희비를 추정한 결과 의류업종은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이는 반면 식료품과 음료품쪽은 평년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정보 제공업체인 케이웨더 산업기상연구소는 최근 올 2~8월의 날씨를 예측하고 이에따른 영향을 분석한 "2001 산업기상도"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 봄의 기온은 평년보다 0.8도 정도 높고 작년보다 0.4도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최근 5년치보다는 0.1도 정도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는 황사현상이 자주 나타나 눈병 피부병에 관련된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업종의 경기가 좋을 것으로 분석했다.

세탁물 증가로 세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올 여름철은 평년에 비해선 0.1도, 작년대비 1.7도, 최근 5년보다 0.9도 정도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식료품과 음료품 업종의 올 여름 판매량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의류업종도 여름 경기가 봄철에 비해 밝지 않을 듯하다.

월별로 살펴보면 2월 기온은 예년보다 0.4-2.4도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식료품 분야와 의류업종의 경기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3월의 경우 식료품 경기는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음료품 업종에 대한 전망은 지난해보다 어두울 것으로 분석됐다.

4월에는 식료품 음료품 의류 등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의류쪽 경기가 작년보다 두드러지게 좋아질 예상된다.

5월중 식료품 음료품 의류 등의 판매량은 평균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6월에는 전년대비 식료품과 음료품 그리고 의류 업종 모두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 음료품 업종은 평년 수준을, 의류는 잦은 비로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중 식료품과 음료품 업종 경기전망은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류 업종의 경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8월중에는 식료품 음료품 업종 경기가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됐다.

<> 국내 기상정보 활용 현황 =1997년 민간예보사업자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기상청 이외에서도 다양한 기상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케이웨더 첨성대 등 10여개 업체가 기상정보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기상마케팅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날씨정보를 이용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는 기업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94년 여름철 장기예보를 활용, 불볕더위를 예상한 만도기계가 에어컨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제품생산을 늘려 많은 이익을 남긴 사례가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가스공사는 최근들어 가스 수요의 주요 지점에 대한 날씨 예보를 통해 정확한 수요예측을 함으로써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있다.

야외 행사나 각종 이벤트 계획시 날씨예보를 활용하는 것을 국내에서도 당연히 여기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상정보를 각각 기업의 현실과 특성에 맞게 가공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과학적인 시도는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