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대웅 검사장)는 3일 경부고속철도 로비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96년 4·11총선을 전후해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신한국당(현 한나라당)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하고 집중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고속철도 로비자금과는 별도로 조성된 이 돈이 소문으로 떠돌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총선지원 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돈의 출처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당시 안기부가 관리하던 계좌에서 돈의 일부가 입출금된 사실을 감안,이 자금이 속칭 ''통치 자금''의 일부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안기부가 지원한 총선자금으로 드러날 경우 당시 신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정국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돈의 출처나 규모 등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며 "이달 중순쯤 사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돈이 안기부의 선거 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빠른 시일 내에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 등을 소환해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당시 신한국당 선거 지도부도 소환조사할 예정이지만 정치자금법에 따른 공소시효(3년)가 끝난 데다 정치자금법 개정 때 98년 이전의 정치자금은 문제삼지 않기로 해 정치인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선거자금 제공 혐의를 받고 있는 안기부 고위 간부들과 고속철도 로비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 등 10여명을 출국금지시킨 상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