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쇼노믹스(Bushonomics)''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게 됐다.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좌표''가 바뀌게 됐다.

제3의 레이거노믹스인 부쇼노믹스라는 틀을 바탕으로 경착륙 저지를 위한 담금질이 시작된 것이다.

나아가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의 선택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쇼노믹스의 뿌리는 1981년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가 경제회생책으로 내세운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다.

△정부지출 억제 △대규모 감세 △규제완화 등이 골자다.

경제에 단기적인 자극보다는 근본적인 활력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쇼노믹스로 불리는 것은 부시 후보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부시노믹스''와 구별하기 위한 것.

부시 후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미 경제의 경착륙 저지다.

지난 3.4분기 성장률(연율 기준)이 2.4%로 추락하는 등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경기급랭 우려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부쇼노믹스가 추락하는 미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부쇼노믹스의 핵심은 ''친기업 정책''.

부시 후보가 공약한 ''대폭적인 세금감면''은 바로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줘 기업활동을 한층 자극하기 위한 조치다.

그는 향후 10년동안의 재정흑자예상액중 1조3천억달러를 조세감면용으로 쓰고 남은 돈은 납세자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상속세를 폐지해 기업인들의 성취의욕을 북돋우겠다는 파격적인 공약도 제시했다.

월가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세금이 줄면 기업의 비용절감은 물론 소비를 자극해 결국 기업들의 장사가 잘될 것이고 이는 최근 침체장을 벗지 못하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사회보장기금중 일부는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약 역시 월가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애비 코언 등 월가 유명 전략가들이 내년 미 증시를 낙관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증시 회생은 기업의 자본비용을 줄여 경제활력을 더욱 자극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착륙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최근 법정 다툼을 벌여온 대선 과정에서 부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주가가 오르고 혼미해지면 다시 주가가 빠졌던 것은 이같은 월가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달러 가치는 현재 엔화에 대해서는 강하지만 유로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는 다시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고 유럽 경제는 상대적으로 건실한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됨으로써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 모두에 대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으로 유력시되는 부시 진영의 최고 경제브레인 로렌스 린지가 ''확고하고 강한 달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 경제회복의 최대 관건은 연준리(FRB)의 금리인하 시기와 폭이다.

부시의 경기부양책이 인플레를 자극할 위험이 없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FRB가 금리인하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부쇼노믹스가 추락 위기에 직면한 미 경제를 살릴 묘약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FRB와의 정책조화 여부에 달려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