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의 폭락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경제 전체에 대한 위기감이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반도체 제품의 수출은 1백69억달러로 전체 수출(1천1백19억달러)에서 15.1%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 가격폭락의 원인을 수급 불균형에서 찾는다.

미세 회로선폭 적용으로 생산량은 크게 늘었는 데 반해 D램 주 수요처인 PC 시장은 성장세가 예상을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업체들은 디지털TV 등 디지털 가전제품의 보급 증가로 반도체의 PC 시장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낙관한다.

◆비관론=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값이 폭락한 만큼 구조적으로 하락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연초에 64메가 D램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했던 미국의 마이크론은 최근들어 1백28메가 D램(PC133)을 한달에 3천만개씩 출하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생산량을 늘린 것은 미세 회로선폭을 적용,라인의 효율을 높인 데 따른 것이다.

독일의 인피니온과 일본의 도시바는 최근들어 2백56메가 D램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도 올 하반기부터 주력 제품을 64메가 D램에서 1백28메가 D램으로 대체하면서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삼성과 현대의 D램 생산량은 64메가로 환산할 경우 올해초 각각 월 4천4백만개와 5천7백만개에서 이달에는 6천8백만개와 6천7백만개 정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될 경우 PC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둔화돼 반도체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낙관론=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이 낙관적인 시각의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반도체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 IDC 등이 2002년 초반까지 반도체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친 이유도 IT 산업의 성장에 근거한 것이다.

데이터퀘스트는 2001년과 2002년의 D램 성장률을 각각 27.5%와 13.9%로 전망했다.

이 기관은 최근 D램 가격 하락을 메이커들의 재고 조정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황창규 대표는 "디지털 미디어 제품의 수요 증가로 2002년까지 D램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2003년 디지털TV 등 디지털 미디어 제품의 세계 시장 규모가 4억5천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통신 시장의 팽창과 네트워크 산업의 성장으로 S램,플래시메모리(통신용), 램버스 D램(차세대 고속 램)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T 분야의 D램 수요가 어느정도 일어나느냐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