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13일 "이 정부가 지금이라도 국가경제의 중장기 발전을 고려하는 실용주의 정책을 펴 나간다면 기꺼이 협력하겠다"며 제2차 기업.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이 총재는 이날 힐튼호텔에서 열린 주한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초청오찬 연설에서 "내년부터 저성장과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구조조정은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하고 "단기성과 위주의 정책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나라살림만 축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에서 썩은 나무를 뽑아내지 않으면 신선하고 건강한 새싹이 자랄수 없다"며 "실업과 저성장을 피하는데 급급하다가는 더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대북정책과 관련,"북한이 건실하고 합리적인 국가사회의 일원으로 나오게끔 변화를 유도하는게 우리의 책임"이라면서 "지금은 북한이 군사적 긴장완화,상호신뢰 구축 등 우리의 경제적 지원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북.미관계 개선에 대해선 "양측이 미사일 협상 등 일시적 이득을 취해서는 안되고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의 안보및 세력균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02년 대선문제와 관련,"21세기의 지도자는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민주적이면서도,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작은 비판과 불이익을 감수하며 ''포퓰리즘''에 대항하는 강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이어 "유럽은행들이 지난 외환위기의 극복 노력에 소중한 기여를 해준데 고맙게 생각한다"며 "향후 대북접촉에서도 북한이 진정한 개방,개혁의 길로 나오도록 권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