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석하는 2000년 서울 국제문학포럼이 26일부터 3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노벨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일본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 등이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김우창 대회조직위원장 등 60여명의 학자가 토론 및 발제자로 나선다.

''경계를 넘어 글쓰기-다문화 세계속에서의 문학''을 주제로 하는 이번 행사의 주요 발제문을 요약 소개한다.

(02)721-3202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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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선진사회 예술계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은 일찍이 유례가 없는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얻어낸 예술 생산과 유통의 자치성이 경제 논리에 위협받고 있다.

상업논리가 예술작품 생산과 유통 전과정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윤추구의 법칙에 따라 시장에 나온 제품은 최대 다수를 만족시켜야 한다.

생산자는 서로 모방하면서 어느 국가,어느 계층에서든 통용될 만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차별화되지 않은 TV 드라마,상업용 음악,브로드웨이 연극….유통업체에 통합된 생산업체는 ''맥도날드 문화''를 양산한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단기적인 이윤추구에만 부합하는 미학적 선택만 인정받는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세계화와 민족주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다.

조이스,포크너,카프카,베케트는 아일랜드,미국,체코슬로바키아에서 왔지만 ''문학의 세계공화국''을 이루었다.

인도의 샤트아지트 레이,폴란드의 키예슬롭스키,이란의 키아로스타미는 할리우드 미학과 무관한 영화를 찍었다.

문화의 고유한 국제주의 전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세계화는 강대국,특히 미국 전통을 합리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상업논리는 외형상 진보적인 근대성을 띠는 것 같지만 실은 가장 대표적인 경향을 선택하여 최소의 값만 치르려 하는 사회논리의 발현이다.

경제력이 예술생산과 유통을 지배하려 하는 이 때 문화 세계주의에 동조하는 각국의 예술가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결집해야 한다.

새로운 주인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절대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모든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경제의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우리의 경제도 세계화해야 한다'' 등의 규범적인 확언이 그 예다.

이에 대항하려는 사람은 언론에 의지할 수도 없다.

언론은 자신의 경향과는 반대인 아방가르드를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그것은 언론이라는 문화생산자가 더 이상 자율적인 생산과 유통의 수단을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문화생산자는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으며 그래서 드물고 소중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