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독점 전재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결성된지 40년이 됐다.

이달말 베네수엘라에서 열리는 OPEC 창설 40주년 기념 정상회담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회원국들은 기쁨에 젖어있다.

불과 2년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달러에 불과했고 OPEC 카르텔은 곧 붕괴될 위기에 처했었다.

요즘 유가는 배럴당 30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이고 도무지 3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역사는 이같은 고유가가 위험 천만한 것임을 우리에게 웅변해주고 있다.

고유가는 석유 소비국의 물가를 자극한다.

그렇게 되면 각국 중앙은행은 수요 억제책을 쓰고 결국 석유류 수요감소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선다.

고유가는 또 프랑스 등지에서 발생한 고유가 반대 시위에서 보듯이 미국과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

지난 3월 OPEC 각료회담에서 회원국들은 유가를 배럴당 22∼28달러에 두는 소위 ''유가밴드제''에 합의했다.

기준유가가 20일 이상 이 범위를 넘어설 경우 자동으로 하루 50만배럴을 증산 또는 감산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같은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시된다.

20년전,그러니까 OPEC가 창설 20주년을 맞던 1980년 OPEC 회원국 장관들은 새로운 원유가격 결정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모였다.

회원국들은 인플레이션이나 통화가치 변화와 같은 요인들에 의해 매 분기마다 유가가 자동적으로 조정되도록 하는 야심찬 계획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부분,이같은 시스템 가동 초기에 기준유가를 얼마에서부터 시작할지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사우디는 배럴당 30달러 아래에서 시작하길 원했고 강경파 회원국들은 더 높은 가격을 원했다.

결국 새로운 시스템은 적용되지 못하고 말았다.

역사는 지금 반복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 OPEC이 채택중인 ''유가밴드제''가 어떻게 가동되는지를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지난 6월중순 유가는 20일 넘게 배럴당 28달러를 상회했지만 OPEC는 자동적으로 50만배럴을 증산하지 않았다.

회원국들은 갖은 구실을 대고 이상한 설명을 하다가 결국 다음번 공식회의때에 가서야 증산에 합의했다.

회원국들이 실제 50만배럴 증산에 합의한다 해도 시장에 추가로 공급되는 물량은 미미하다.

왜냐하면 공식 쿼터보다 속여서 이미 조금씩 많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식적인 OPEC의 쿼터는 2천5백40만배럴이지만 8월중 실제 생산량은 2천6백만배럴이었다.

지난 10일 OPEC는 하루 80만배럴 증산에 합의했지만 이는 그동안의 ''눈속임''증산을 사후에 용인한 수준에 불과하다.

늘어난 쿼터 이상으로 생산하는 ''눈속임''은 이제 또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생산여력이 남은 국가는 사우디 정도다.

만약 OPEC가 하루 1백만∼1백50만배럴 증산에 합의한다면 추가 증산량은 거의 모두 사우디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사우디는 OPEC의 붕괴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을 것이다.

급작스런 증산이 가져올 가격 붕괴에 대한 우려도 사우디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20년전 OPEC 회원국들이 새로운 유가 결정 시스템에 합의하지 못하자 당시 사우디 석유장관이던 야마니는 석유공급과잉을 예언했었다.

그의 말대로 부유한 나라들의 에너지 절약과 비(非)OPEC 산유국들의 증산은 결국 OPEC 카르텔 붕괴와 가격 폭락을 불러왔다.

얼마전 야마니는 비슷한 예언을 또 했다.

"OPEC는 매우 기억력이 나쁜 것같다.

그들은 99년 증산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유가는 잠시동안 오르겠지만 2001년부터는 장기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다"

정리=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

<영국 이코노미스트 9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