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최근 원유 공급부족및 재고감소, 시장에서의 투기세력 등장, 이라크와 쿠웨이트간의 긴장고조와 같은 돌발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배럴당 36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이에따라 한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배럴당 30달러대의 고유가사태는 세계경제의 최대복병으로 등장했다.

물론 지금 같은 고유가시대가 처음은 아니다.

지구촌은 이미 70년대 제1,2차 오일쇼크를 겪었고 지난 90년 걸프전때도 배럴당 40달러가 넘는 초고유가 시대가 전개되기도 했다.

지금 세계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고유가는 약 10년만에 다시 찾아온 불청객이다.

국제유가는 그동안 대략 10년을 주기로 폭등세를 연출, 지구촌에 비상을 걸곤 했다.

이 때문에 "오일쇼크 10년주기설"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자원민족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지난 73년말 첫번째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당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고시가격을 17% 인상한데 이어 매월 원유생산을 전달에 비해 5%씩 줄이기로 결정, 세계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었다.

정확히 10년 후는 아니지만 79년에 제2차 오일쇼크가 찾아왔다.

실질 원유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OPEC가 14.5%의 유가인상을 결정한 상황에서 이란은 79년 12월 원유생산을 대폭 줄이고 수출마저 중단했다.

1차 오일쇼크 후 배럴당 10달러를 조금 넘던 국제유가는 20달러를 돌파했고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80년말에는 40달러까지 올랐다.

2차 오일쇼크는 81년초까지 지속됐다.

약 10년 후인 지난 1990년 걸프전이 터졌을땐 이라크가 유엔의 제재조치에 대한 반발로 원유수출을 중단, 86년이후 약세를 지속하던 유가가 한때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섰다.

10년이 지난 2000년 또 다시 고유가시대가 찾아왔다.

각국은 지난번 오일쇼크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경제가 공황을 겪게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의 고유가 사태가 다소 장기화될지는 모르지만 ''제3의 오일쇼크''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첫번째 이유로 이번 가격상승은 급격한 가격하락 후 찾아온 일종의 반등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든다.

지난 99년초 배럴당 1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는 인플레를 감안할 경우 사실상 지난 7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 반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를 고려하면 실질 유가는 81년 수준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선진국들이 대체에너지원 개발 등을 통해 예전에 비해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많이 낮추었다는 점도 또 한번의 오일쇼크 가능성을 작게 하는 요인이다.

그만큼 고유가에 의한 충격을 덜 받기 때문이다.

지난번 1,2차 오일쇼크나 걸프전 때의 유가급등은 모두 전쟁 등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정과 연관돼 있지만 현재는 공급감소가 주요인이다.

따라서 시장관계자들은 종전의 오일쇼크 때보다는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다.

이 역시 최근 상황이 오일쇼크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제원유시장 상황은 제3차 오일쇼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쿠웨이트 사이에 감돌고 있는 전운, 세계 석유제품 재고 급감, 원유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는 점 등은 또 한번의 오일쇼크를 예고하는 전조들이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