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하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정신''입니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정부가 인프라를 갖춰준다면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수 있습니다"

국내 생명과학연구 1세대에 속하는 조완규 생물산업협회장은 세계가 겁내는 것은 다름아닌 "한국의 도전정신"이라고 말한다.

한국이 선진국들의 예측을 보란듯이 깨고 조선 철강과 반도체시장을 제패했듯이 생명공학도 제패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세계15개 국가가 참여한 인간유전자분석사업 HGP(Human Genome Project)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대단히 안타까워한다.

그렇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때가 가장 빠르다는게 그의 주장.

"지금이라도 빨리 버스에 타야 합니다. HGP에 조금이라도 투자했었다면 우리도 큰 소리를 칠 수 있었을 겁니다. 당시 국내에도 생명공학연구팀이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습니다. 돈을 대주는 쪽이 이해를 못하고 너무 경직적입니다"

-한국의 생명산업 수준은 어떻습니까.

"우선 연구자들이 40대와 50대초반으로 젊습니다.

외국에서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입니다.

잠재력이 크다는 얘깁니다.

외국과의 경쟁에서 따라붙지 못하는 것은 인프라와 뒷받침이 없기 때문입니다.

연구하도록 자극하고 독려하는 환경도 조성되지 않습니다.

똑같은 연구자들이 외국에 있었으면 성과를 냈을 것입니다"

-대기업 제약회사 벤처기업 가릴 것없이 모두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게 좋은 일입니다.

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모두 되지 않았습니까.

경제발전도 그렇고 생명공학도 마찬가지입니다.

80년대초 유전공학학술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관심있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모두 17명이 가입했습니다.

기업연구조합은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맡았습니다.

84년에 유전공학육성법이 제정되고 문교부 상공부 재무부 경제기획원 과기처가 각각 지원책을 수립하고 나니까 40여개 대학교에서 유전공학과가 설립됐습니다.

2년뒤에 회원이 4백명으로 늘었습니다.

전국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두 모인 것입니다.

요즘은 관련학회에 4천명이 모입니다.

학회들도 많아서 외국학자들이 놀랍니다.

삼성이 DNA칩을 한다고 하니까 세계가 긴장합니다.

한국적 정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거창한 계획이 많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세계제일로 가는 과정은 험난합니다.

많은 논문들이 축적되고 해야 세계제일이 됩니다.

설익은 것을 발표해서 노출되는 것은 전략상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외국대사관의 과학관 상무관 상사주재원들이 매일 한국의 기술정보를 리포트합니다.

그들의 지식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벤처기업들은 어떻습니까.

"벤처기업들이 많이 생기면서 분위기조성에는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나 벤처는 진짜 벤처에요.

전부 다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2백개의 바이오벤처중 향후 2년이나 5년뒤에 남아 있는 벤처는 얼마 안될 겁니다.

그렇지만 한 두개라도 남아 있으면 대단한 일입니다.

생명공학에는 질병 식량 환경 축산등 개발할 분야가 무진장합니다.

그중에 하나라도 성공하면 세계를 제패하는 겁니다"

-벤처가 위험성이 높다는 얘기로도 들리는데요.

"실패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연구과정에서 얻는 부수입이 큽니다.

실패했으면 실패한 이유를 아는 것도 소득입니다.

그러면 다음에 도전해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것이 과학의 역사입니다"

-생명산업을 육성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뭘까요.

"우리끼리만 해서는 정보가 부족해 뒷북을 치기 쉽습니다.

외국의 저명학자를 초빙해서 연구해야 합니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는 90년 역사를 가진 일본의 자존심입니다.

여기에 차세대 유망분야를 연구하는 프론티어 리서치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글리코테크놀로지(糖鎖공학) 분야에는 대만출신 중국인이 리더로 영입됐습니다.

그것도 전임이 아니고 2개월에 한 번씩 방문하는 조건입니다.

MIT 박사 출신으로 스미스클라인 제약회사 리서치팀장인데 해당분야에서 최고이기에 그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겁니다.

이 연구소의 나노머티리얼(극미세물질) 팀장도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원 팀장이 맡고 있습니다.

또 국내기업들이 각각 경쟁할 수준이 되지 못하는 만큼 컨소시엄도 중요합니다.

공동으로 투자하고 연구결과를 공유해야 합니다"

-정부는 어떻게 생명산업을 지원해야 할까요.

"생명산업에는 여러 부처가 연관됩니다.

부처이기주의로 서로 발목을 잡고 있어 연구원과 기업현장에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바이오테크는 시간이 돈인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요.

누가 하더라도 총괄하는 주관부처가 있어야 하고 각 부처는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

또 특허청의 생명산업관련부서 인원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적합한 분야가 무엇입니까.

"적합한 분야를 정부가 정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빨리 성장하는 쪽이 적합한 분야이고 그 분야를 지원해야 합니다"

-최근 인간배아복제를 둘러싼 논란이 있습니다.

"하려고 하면 될 것입니다.

또 복제하는 과정에서 얻는 지식이 빠르고 정확할 겁니다.

그러나 허용여부에는 토론이 더 필요합니다.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고 규제장치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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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완규 회장 약력 ]

1952년 서울대 생물학과 졸업
1957년 서울대 문리대 교수
1969년 서울대 생리학과 이학박사
1987년-1991년 서울대 총장
1992년-1993년 교육부 장관
1991년-현재 한국생물산업협회 회장
2000년-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