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법 위반사건을 다룬 토마스 펜필드 잭슨 판사는 "괴롭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MS소송과 묶여있는 관련기술이 신기술일 뿐 아니라 너무 방대하고 또 판결의 결과로 파생될 파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혼자 다루게 됐다는 것이 편치않다는 뜻이다.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서 고뇌와 번민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외롭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외로운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역설적 외로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원고인 주정부들과 법무부는 말할것도 없고 피고인 MS,그리고 소송에 묶여있는 변호사 전문가 언론등 모두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두 진영으로 극명하게 갈려있는 상황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가에 대한 최종판단은 결국 잭슨판사의 몫이다.

스탠더드오일과 AT&T의 반독점법위반 사건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선례가 되긴 하지만 이들 또한 완벽한 참고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도 반트러스트법을 위반한 혐의로 강제분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미국석유시장과 전화시장을 지역별로 쪼개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MS건은 "기술을 쪼개는 일"이다.

기술분할이 몰고올 득실과 파장에 대해 완벽한 이해가 없는한 섣불리 입장을 취할수 없는 난제중 난제다.

기술개발은 창의를 바탕으로 한다.

예를 들어 특허법은 기술을 개발한 당사자에게 일정기간 독점 사용권을 보장해주려는 입장에 서 있다.

반면 반트러스트법은 독점적 지위에 제한을 가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결국 두 법은 서로 이해가 상충된다.

좀 과장되게 얘기한다면 MS는 "지적재산권법과 반트러스트법간의 전쟁"에 휘말려 있는 형국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MS소송건은 이 "상충관계에 있는 법들"중 어느 법의 취지와 정신이 미국의 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가를 찾아내려는 사회적 결론 도출과정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런 틀에서 보면 MS재판은 법정문제라기보다는 두 법이 지닌 이해상충을 조정하기 위한 미국사회의 논쟁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일이다.

미독립선언서를 쓴 토마스 제퍼슨은 법도 시대상황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린아이가 나이가 들어 몸이 커지면 어릴때 옷을 입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시대가 바뀌면 법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는 필연성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틀에서 기업과 개인의 창의를 어느 선에서 보장해줄 것인가는 시대상황을 반영한 사회계약의 문제이고 이를 평가하는 법철학의 문제이다.

반트러스트법은 1930년대에 만들어진 법이다.

이때 법을 만든 사람들이 처해있던 시대상황과 새로운 밀레니엄에 들어선 요즈음의 시대상황이 같을 수 없다.

그렇다고 오래된 반트러스트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실제로 특허권 등 지적소유권법은 이보다 더 오래된 법들이다.

다만 요즈음 우리는 시장경제가 개인의 창의와 자유를 보장하는 틀에서 더욱 번성할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공감대는 매우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빌 게이츠는 개인의 창의를 발휘한 경우고 그의 창의를 어느 선까지 지켜주느냐는 것은 미국 사회전반이 끌어내야 할 결론이다.

미국의 법체계가 싫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을 벗어날 수도 있다.

본사를 캐나다로 옮기면 그만이다 캐나다에서는 그런 유혹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인터넷때문에 경제적으로 국경이 없어진 요즘 본사가 시애틀에 있건 밴쿠버에 있건 제품을 파는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가 걱정이지만 일본차도 좋기만 하면 마다않고 사쓰는 미국인들에겐 큰 문제가 아닐수 있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