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대 디지털 셋톱 박스 제조업체를 꿈꾸는 휴맥스의 해외진출사례는 중소벤처기업의 국제화에 좋은 벤치마킹대상이 된다.

철저한 시장세분화와 적절한 경쟁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휴맥스의 초창기 해외진출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첫데뷔무대에서 보기좋게 실패했고 선진국들이 시작한 기술시장에서 한국의 기술로 승부를 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가를 잘 보여준다.

디지털 셋톱 박스는 위성에서 송출하는 TV방송전파를 수신해 TV화면으로 연결해주는 장치다.

이 수신기시장은 폐쇄형시장과 개방형시장으로 나뉜다.

폐쇄형시장은 위성방송사업자가 자신의 방송국사양에 맞는 제품을 직접 구매해 소비자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개방형시장은 최종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유통시장이다.

96년 휴맥스가 유럽에 처음 진출했을 때 유럽시장은 폐쇄형 시장이 압도적이었다.

필립스 노키아 톰슨등 세계적 통신장비업체가 진을 치고 있어 휴맥스같은 무명기업은 명함도 내밀기 어려웠다.

그냥 주저앉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유통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너무 규모가 작아 필립스등 대형업체들이 눈길도 주지 않던 시장이다.

이 작은 시장이 휴맥스로서는 틈새시장이었던 셈이다.

97년말부터 디지털TV방송을 실시하는 나라가 늘어나면서 고국의 방송을 보려는 타국거주 외국인들이 유통시장에서 휴맥스의 수신기를 사가기 시작했다.

필립스등이 눈치도 채기전에 틈새시장인 유통시장은 훌쩍 커져버렸고 휴맥스는 여기에 반석과도 같은 기반을 다질수 있었다.

대형업체들이 진입했지만 유통시장에서 휴맥스는 부동의 왕자자리를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틈새시장진입을 거점삼아 휴맥스는 주된 시장인 폐쇄형시장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유통시장에서 휴맥스의 명성을 들은 중소형 방송사들이 휴맥스를 파트너로 인정해 줘 주요 공급자의 위치를 차지했다.

이제 남은 건 대규모 방송사 뿐이다.

이런 성공적 시장진입을 바탕으로 영국의 북아일랜드,중동,독일에 잇달아 현지법인을 세웠고 미국에도 현재 현지법인 설립작업이 진행중이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