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오는 8일 이사회를 열어 통신장비 제조 계열사인 LG정보통신과의 합병을 결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이와 관련 31일 "합병을 검토중이며 시기가 결정되면 재공시하겠다고"며 증권거래소를 통해 밝혔다.

이번에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차세대 "네트워크가전"시대에 대한 대비로 분석되고 있다.

전자가 갖고 있는 영상.음성등을 포함한 멀티미디어기술과 정보통신의 네트워킹 기술을 결합,차세대 가전제품인 "홈네트워킹"과 "모바일네트워킹" 제품개발을 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세대 가전제품은 디지털TV 등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네트워킹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한 법인밑에 두 기술이 존재하기 때문에 "TV휴대폰"이라는 제품을 앞서 선보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전자와 정보통신이 두개 법인으론 통합기술을 구현하고자 할 때 자칫 계열사 지원이라는 공정거래의 문제도 일어날 소지가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양사 통합은 또 IMT-2000(차세대 동영상이동전화)등 무한 성장이 계속될 정보통신 분야의 마케팅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정보통신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단말기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적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시스템과 단말기로 단촐하게 구성돼있어 마케팅력에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올해초 국내 영업권을 LG전자에 넘겨준 것도 이러한 점이 작용했다.

이달부터 이동전화사업자들이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지급을 중지하게돼 내수시장 위축이 불가피하고 해외에서 활로를 개척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보통신부문이 전세계 1백80개국에서 활동중인 LG전자의 영업망과 서비스망이 절대 필요한 배경이다.

양사 합병은 합병주체가 될 전자의 재무구조 개선 등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부채비율은 1백85.4%이나 LG정보통신은 1백21.7%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순이익률에서도 2.3%에서 2.8%로 높아져 영업 시너지도 상승한다(대신증권)는 분석이다.

양사합병은 따라서 특별한 걸림돌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특히 전자가 정보통신의 최대주주(27.1%)인데다 대주주 지분이 40%가까이 돼 합병성사를 위한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13.67%에 이르는 외국인과 10%선인 개인 투자자들의 향배는 문제점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이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LG전자로선 적지않는 부담을 앉게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LG반도체 매각과 LCD사업의 외자유치로 현금을 상당히 확보하고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 96년 12월부터 물밑에서 합병작업을 검토하면서 그간 2~3차례 일부 거론되기도 했으나 적극적 부인에 따라 표면화되진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당시 경쟁자이던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해 합병을 적극 추진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호황을 누리던 95년에 가전부문에서 크게 위축됐던 점이 감안돼 내부적으로 독립회사로 존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제품의 변천이 과거의 악을 현재의 선으로 바꾸어 놓은 셈이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