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형 서울대교수.공법학 >

고액과외를 금지하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옆에서 보기에 교육부의 확신은 우리를 불안하게 할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부호를 찍는다.

무엇이 고액이고 어떻게 금지할 것인가.

이제까지 우리는 과외금지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위선의 교육문화를 호흡하며 살아왔다.

80년대초 전두환 군사정권이 강행한 인기주의 과외금지정책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못하다가 시차를 한참 겪은 뒤인 새천년 초두에 이르러서 급기야 과외금지 위헌결정을 받게 됐다.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적시에 대응하지도 못한 한동안의 법적 공백이 생기는 결과를 막지 못한 정부,교육부의 무신경이나 부주의를 다시 또 책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침몰위기에 몰린 공교육의 키를 잡은 교육부장관이 너무나 쉽사리 현실론에 굴복해 저소득층도 양질의 과외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언동을 한 것을 다시 끄집어내 질타할 필요조차 있을까.

정치9단이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한심스러운 교육정책적 무지를 새삼 탓할 겨를이 있을까.

뒤늦게 과외금지가 위헌이라고 하니까 헌법재판소 결정의 행간을 읽어 부랴부랴 이제 고액과외를 결단코 금지하겠다고 나선 교육부의 얼굴이 황망하고 또 가소로울 뿐이다.

쪽집게 도사가 고액과외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용한 점쟁이에게 돈을 더 주는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가 나쁜가 아니면 고액의 복채를 받는,용하다고 알려진 점쟁이에게 복채가 비싸다고 역술인을 범죄인으로 만드는 행위가 잘못인가.

여기서 두 가지,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과제가 나온다.

첫째는 쪽집게 도사의 비결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만일 도사의 쪽집게 명망이 학교시험이나 입시문제가 사전에 누출되거나 은밀한 경로를 통해 입수되어 쌓여진 것이라면 이것은 정부가 나서 절대적으로 엄정히 다루어야 한다.

범죄화 및 처벌전략이 필요하다.

부정행위를 막는 것처럼 중대한 정부의 책무는 없지 않은가.

둘째는 쪽집게 도사가 그 명성을 이용해 고소득을 얻고 있다면 세정당국이 어찌 이것을 포착하여 세금을 매기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용하디 용한 쪽집게 도사가 고소득을 얻는 것을 세정당국이 제대로 확인해 그야말로 적법한 소득세를 부과하고 그들이 세금을 내게 된다면 그 도사들을 우리가 비난할 수 있을까.

그들이 만일 자기 자신의 비결과 노력을 통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공부잘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는 오히려 이들을 신지식인으로 표창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지나치게 현실을 모르는 천진무구한 이야기라는 비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고액과외를 시켜 주지 못하는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고액과외금지 조치는 의문의 여지없이 환영받을 만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하게 하기 위해 돕는 행위를 그것이 비싸고 또 더러는 주효하다고 해서 사회적 죄악으로 간주하는 이 문화는 또 하나의 허위이데올로기가 아닌가.

만일 고액과외의 효과가 그 효험을 믿고 지불한 금액에 못미치거나 고액과외를 해도 별 무소용이었다고 판명된다면 고액과외가 계속 사회적 고질로 남을 수 있을까.

짧은 생각으로도 교육정책이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분명하게 드러나는 소이이다.

교육부는 고액과외의 범죄화전략보다는 그 무용화정책에 좀더 많은 정책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전지전능한 것처럼 간주되거나 선전되어온 고액과외의 허위를 폭로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고액과외를 받지 않고서도 좋은 대학에 입학한 소수의 수범사례를 찾아내 홍보하더라도 쪽집게 도사에게 맡겼더니 역시 다르더라는 뿌리깊은 생활철학을 불식시킬 수는 없다.

그러면 방법은 없는가.

고액과외를 단속할 수 있다면 고액과외에 대한 세금환수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러한 세금환수로 조성된 재원을 저임과 악화된 명망으로 낙망하고 있는,아직도 대다수가 선량하고 또 정직한 교사들을 위하여,그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그들이 일할 맛 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데 돌려야 하지 않을까.

정부가 저소득층자녀에게도 양질의 과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엉뚱한 현실타협적 인기영합정책을 천명했을 때 많은 교육당사자들은 교육부장관의 언중언이었던 공교육의 포기를 개탄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여건이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언제나 공교육의 회복을 외치면서 그 현실성있는 대안을 위한 희생과 양보에는 끝없이 인색했던 것이 아닐까.

다시 한번 고액과외금지를 위한 행정비용과 잘못된 정책관심으로 인한 오류의 비용을 이제 제대로 교사가 마음껏 교육을 위한 준비와 노력에 전념할 수 있도록,아니 최소한 영어교사가 미국이나 영국에 가서 현지인들과 살아있는 영어교육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재투자로 돌릴 수 있기를 바란다.

고액과외에 철퇴를 가하거나 고액과외교습자와 교습을 받은 자를 단두대에 보내도 우리 교육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 정말 교육에 투자를 해야 한다.

< joonh@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