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발표한 한국중공업 민영화 방안에서 경영권을 누가 갖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핵심사항을 내년 총선 이후에 결정하기로 미뤄 놓았다.

경쟁입찰로 매각하는 26%에 대해 1인당 지분율 제한여부, 참가자격요건 등을
내년 상반기까지 확정해 입찰을 공고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 삼성 등 한중 인수를 추진하던 재벌들에 입찰참여를 허용할지에 대한
결정도 유보했다.

일단 총선을 넘겨 노조와 재벌의 반발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벌에 입찰참여를 허용하더라도 특정주주가 경영권을 장악해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것 만큼은 막겠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 대그룹에 경영권을 줄 것인가 =정덕구 산자부 장관은 "민영화는 민유화
와 경영 효율성이 핵심"이라며 "민간이 51%의 지분을 갖고 지배주주들이
의사를 결정하는 만큼 주인 있는 민영화"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입찰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정부는 경쟁입찰 참가 자격을 정할 때 재무구조 건전성, 동종 유사업종
영위여부, 독과점 등 경쟁제한 여부를 감안하기로 했다.

한중의 해외 수주가 많아 대기업이 인수해도 독점논란이 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 장관은 핵심역량 집중도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요건으로만 보면 대그룹의 입찰참여 가능성을 배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정부는 1인당 지분제한 여부를 추후 검토하기로 했지만 일부에서는 지분을
제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지분을 나눠 갖는 컨소시엄형태의 국내 지배주주단이
주요 경영전략을 결정하도록 하되 특정주주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너럴 일렉트릭(GE)과 ABB가 25%의 지분을 갖고 노조도 4.8%(공개물량의
20%) 지분을 갖는 만큼 특정 대그룹을 견제할 수 있다는게 정부의 계산이다.

<> 2001년 지분 추가 매각 =그러나 이같은 방안을 통해 주인있는 민영화가
실현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1년 상반기중 경영의 추이를 보아가며 2단계로 25%에
대한 지분 매각 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 의도와 달리 국내 지배주주단을 주도하는 기업의 리더십이 약해 주인
없는 경영의 폐해가 나타날수도 있다.

또 특정주주의 독주 현상이 있을 수도 있다.

이때 안정적인 지배주주를 세울수 있는 다른 대안을 만들어 나머지 25%의
지분을 팔겠다는 것이다.

국내 지배주주단이 경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간다면 나머지 지분은 증권
시장이나 해외 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매각하겠다는 구상이다.

<> 문제점 =지분이 지나치게 분산될 경우 주인없는 경영의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컨소시엄 형태로 매각하는 경우 국내에서는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더구나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GE식의 기업지배구조는 국내에서 시험단계에
있다.

경영권 장악을 원하는 기업들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입찰참가를 기피하면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

GE와 ABB에 대한 25%의 지분매각 협상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매각가격을 얼마로 결정하느냐를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