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서머스 < 미국 재무장관 >

개방화가 지구촌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국제 자본이동을 증진시키되 이에따른 위험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세계 번영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점이 바로 국제금융기구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나는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의 장래 역할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국제금융기구들중 특히 IMF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등
최근 수년간의 외환위기가 지나갔고 때마침 IMF사령탑의 교체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IMF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국제사회에서 꼭 필요한 기구라는 점을 증명해
왔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IMF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국제금융시장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을 것이다.

수차례에 걸쳐 강조해온 것처럼 IMF는 꼭 필요한 국제기구다.

그러나 현 체제로는 21세기의 새로운 금융질서를 이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

20세기 후반 들어 국제금융체제는 민간금융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돼 왔다.

특히 이머징마켓으로의 자본유입은 급증했다.

90년대 이머징마켓으로 파고든 민간자본규모는 총 1조3천억달러에 달했다.

80년대의 1천7백억달러에 비해 8배로 늘어났다.

민간자본은 선진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융에서 개도국의 사회간접자본
(SOC)투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역으로 확대됐다.

반면 공공자본의 역할은 기존의 재정투융자에서 민간금융시장의 발전과
안정을 유지하는 쪽으로 급속히 바뀌었다.

따라서 IMF의 역할도 이같은 국제금융시장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각국의 금융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최고의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재창조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기구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정책과 절차상의 문제뿐 아니라 문화와 적응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관련, IMF의 개혁에는 다음 몇가지 사항들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국제자본시장이 통합될 수록 정부에 집중돼 있던 각종 정보가 시장과
투자자에게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IMF의 감시기능은 회원국간 정보수집과 공유로부터 투자자와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과 유포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IMF는 각국이 외환보유고는 물론 해외부채와 자본시장 안정도 등을 공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각국의 발표수치가 공정한지를 감시할 수 있는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둘째 거시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뿐 아니라 금융 안정성도 더욱 중시돼야
한다.

최근 발생한 외환위기는 IMF의 기능이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높였다.

97년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는 갑작스런 신용상실과 대규모
자본유출로 빚어졌다.

거시경제의 펀드멘털에 의문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너무나 순식간에 외환위기
가 터져버렸다.

경제가 파탄상태에 빠져드는 동안 손을 쓸 여유조차 없었다.

따라서 IMF는 각국의 경상수지 적정성과 환율안정성에 보다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시각을 바꿔나가야 한다.

셋째 위기상황에 직면한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방식과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외환위기가 주변국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는 긴급융자제도
(CCL)를 적극 활용하고 일시적인 지급불능상태에 빠졌을 경우에는 단기
스탠바이차관을 제공하는 등 상황에 따라 지원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시장중심의 해결방식에 무게를 둬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민간부문의 비중과 역할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부문에
대한 감시가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민간자본의 흐름을 관찰하고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장자문기구
(MCAG; Market Conditions Advisory Group)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IMF가 민간부문의 디폴트등을 처리할 때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세계은행처럼 극빈국의 빈곤퇴치와 경제성장에도 IMF의 역할이
요청된다.

각국의 경제여건이 통화가치에 반영되기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여섯째 IMF의 조직개혁이 불가피하다.

회원국의 쿼터(자본출자액)는 각국의 경제력에 비례해 재조정돼야 한다.

기구운영의 투명성도 높아져야 한다.

지난 7년여동안 미정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정부정책이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절감했다.

한 나라의 경제개혁과 안정은 국제사회보다는 그 나라의 정부나 국민들에게
사실상 더욱 절실한 문제다.

그럼에도 IMF는 국제기구로서 이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

여기에 그치지않고 21세기의 새로운 요구에 걸맞게 변화를 시도해야할
시점이다.

< 정리=박영태 기자 py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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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이 최근 영국의 런던경영대(LBS)에서
행한 연설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