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떼가 월가를 완전히 뒤덮었다"

CNN, CBS 등 미국 유수의 TV 뉴스들은 지난 주말 미국증시의 시황을 이런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한주일 동안 월가는 각종 신기록을 쏟아내며 상승 무드를
만끽했다.

첨단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3,520.62와 1,433.30에
마감되면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한 것을 비롯, 다우존스지수도 장중 한때
나마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치솟았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초순 3000포인트 고지를 돌파한지 채 한달도 안돼
3500선을 뛰어넘는 괴력을 발휘했다.

올들어 지난 3일 현재까지의 상승률은 무려 60.6%에 달한다.

다우지수와 S&P 지수도 각각 22.9%와 16.6%의 견실한 상승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한주일간의 상승폭만으로 따지면 다우지수가 2.7%로 가장 높았다.

나스닥 지수와 S&P 500 지수는 2.1%와 1.2%씩 올랐다.

지난 주 미국증시의 상승무드를 가속화시킨 1등 공신은 3일 발표된 노동부의
11월중 고용관련 지표다.

11월중 미국내 실업률이 29년여만의 최저치인 4.1%를 유지한 가운데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이 전문가들의 예상(0.3%)을 크게 밑돈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동향은 통화당국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정책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시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이 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더 안정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증시일각에
남아 있던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를 대거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경영 호조가 계속되는 등 증시내부의 재료가
순탄한 가운데 외부 환경까지 안정돼가고 있는 만큼 당분간 미국증시는 거칠
것 없는 상승 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시 주변의 이런 낙관적 전망은 금리 움직임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금융주
들이 상승 행진을 보이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다우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씨티그룹,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J P모건을 비롯,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체이스 맨해튼은행 등 주요 금융주들이 지난주 견실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인터넷 등 분야의 기술주들도 금융주못지 않은 상승가도를 질주하면서 증시
전반의 상승 분위기를 주도했다.

대형 우량주의 대명사로 통하는 IBM 주식이 주말 하룻동안 5% 이상 뜀박질
한 것을 비롯해 휴렛 패커드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e베이 제너럴일렉트릭
등 대부분의 기술관련 주식들이 오름세를 지속했다.

e토이즈와 아마존 닷 컴, 아메리칸 온라인 등 일부 첨단 인터넷주들이
주말들어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잠시 동안의 조정에 따른 현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지금의 상승 대세가 계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예상을 뛰어 넘었던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기간동안의 쇼핑 붐이나 최근의
신규 주택판매호조 등으로 일부에서 경기과열에 대한 경고가 제기됐었지만,
11월중 고용지표가 "안정"을 가리킴에 따라 경기과열 우려는 다시 수면아래로
잠복하게 됐다.

경기동향과 관련한 전문가들간 논쟁은 다음주 중 발표될 일련의 관련 지표
들을 통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나갈 전망이다.

7일에 3.4분기 생산성 수정치가 발표되는 데 이어 10일에는 11월중 생산자
물가지수가 뚜껑을 열 예정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