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4일 LG정밀 구미공장에서는 "노조통합대회"라는 보기 드문 행사가
열렸다.

광주와 구미 사업장의 노조 대의원들이 모여 두개의 사업장에 각각 설립돼
있는 복수노조를 단일노조로 통합하는 행사였다.

대의원들은 이날 노조통합추진위원회에서 마련한 노조규약과 선거관리 규정
등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에따라 지난 3월 LG정밀(구미)과 LG C&D(광주)가 합병된 뒤에도 구미와
광주에 각각 합병이전의 노조를 그대로 갖고 있던 이 회사는 "1사 1노조"
체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통합결의에 따라 두명의 노조위원장은 잔여임기에 관계없이 사퇴했고 단일
노조의 새 노조위원장이 선출됐다.

기업 구조조정차원에서 계열사간 흡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합병회사의 노조가 별다른 잡음없이 단기간내에 통합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LG정밀의 경우에는 두개의 노조가 자발적으로 통합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물론 두 지역의 근로자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영호남의 지역적 배경이 다른데다 생산제품의 셩격도 민수(광주)와
방위산업(구미)으로 달라 이질감이 팽배해있었다.

LG정밀이 단일노조를 탄생시키기까지는 노사간 신뢰구축과 두 사업장간의
동질성 찾기 노력이 큰 힘이 됐다.

회사측은 우선 정밀과 C&D 통합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LG는 이들 회사에 앞서 한병한 LG전자부품과 LG포스타에서도 같은 원칙을
지켰다.

회사는 광주와 구미 지역에 근무하는 근로자들간 동질감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대화의 기회를 마련했다.

두 지역 공장 임직원이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누는 "우리는 하나! Melt-in
한마당잔치"를 두차례 벌였다.

서로 사업장을 볼 수 있도록 왕복버스를 매달 두차례씩 운행시켰다.

지난 4월에는 경북 백암온천에 있는 LG생활연수원에서 1박2일로 "노경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회사를 통합한 뒤에는 사장이 매주 한차례씩 광주와 구미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경영층도 현장통합에 적극 나섰다.

수시로 노경협의회를 열어 경영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등 열린경영
노력도 빠뜨리지 않았다.

LG정밀은 노조통합으로 많은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력 생산품인 고주파부품(이동통신 핵심부품)의 경우 이변이 없는한
연말까지 2천2백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보다 45% 가량 늘어난 규모다.

1인당 생산성도 작년보다 46%나 향상됐다.

< 광주=이건호 기자 leek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