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71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는 지금 새 천년 맞이로 들떠있다.

어떻게하면 이 역사적인 순간을, 이 천기적인 순간을 의미있게 맞이할 수
있을까,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나라에 따라서는 엄청난 돈을 들여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드러난 것 중에서는 그리니치표준시(GMT)의 본고장 영국의 경우가 특히
돋보인다는 평판이다.

그런가 하면 태평양상의 날짜변경선에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다는 뉴질랜드
동쪽 끝의 어느 도시는 세계에서 제일 먼저 새천년 정월 초하루를 맞는 이색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기지를 발휘했다고 한다.

어찌됐거나 1582년 오늘의 그레고리우스태양력이 통용되기 시작하고부터는
처음 맞는 새천년이니까 의미가 각별하긴 하다.

그러나 한편 세계는 지금 새 천년 맞이가 희망과 즐거움 대신 커다란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사로잡혀 있다.

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 즉 Y2K문제가 하루하루 D데이가
가까워오면서 차츰 현실적인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Y2K 대응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물론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늦게나마 정부와 기업 모두가 관심을 갖고 대응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정부차원에서 작년 3월 Y2K 관계장관회의 산하에 국무조정실이 주관
하는 "컴퓨터 2000년문제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관계부처와 전문기관 및
민간전문가들로 하여금 부문별 추진실태를 점검하면서 지원방안과 대책마련에
힘써 왔다.

한편 기업들은 정부대책과 보조를 맞추거나 혹은 독자적으로 Y2K문제의
사전해결에 힘써 공인기관들로부터 인증을 받아왔다.

정부는 특히 국가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금융 전력 국방 운송 통신
의료 등 13개 분야를 골라 우선적인 해결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금융 전력 원전 국방 운송 등은 금년 4월말로 이미 90%이상 해결을
완료했고 지금은 중소기업 분야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분야도 90%이상 해결을
본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금융 국방 같은 분야는 99% 완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발표나 전력 통신 등 기간분야와 주요 민간기업들의 최근 동향
으로 미루어볼 때 Y2K문제는 일단 크게 걱정 안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특히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관에서도 한때는 한국의 Y2K대응 준비상황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적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은 기관들이 한국을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에서는 비교적 대비가 잘된 국가로 분류하고 있어
그런 생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현안의 Y2K문제에서 "걱정끝"은 없다.

문제를 1백% 해결하지 않는 한, 또 그것이 기술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상 문제는 남는다.

해결 안된 1% 혹은 0.1% 때문에 오작동이 생기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은 얼마든지 있다.

일찍부터 많은 관심과 엄청난 돈을 들여 대응해온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어느 에너지회사는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한 보고서에서
실제 발생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몇가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부문별로
상정해 보았다.

첫째 국내외 상당수 지역에서 전기 가스 교통 통신이 마비되고, 둘째
중요한 정보가 입력된 컴퓨터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작동 안하고, 셋째
기업들이 수입감소 소송비용 및 시설복구비용 부담에 직면하고, 마지막으로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질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잘하고 있다는 외부평가를 받고 있다고는 해도 그와 같은 시나리오중
어느 한가지라도 만에 하나 실제로 발생하게 된다면 그 가능성은 우리가
미국쪽보다 높을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우리의 대응이 아무래도 미국만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괜찮다"사고와 적당주의,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Y2K문제의 대응
에서도 또 발동하지 말란 법이 없다.

하물며 돈받고 인증서를 남발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소문이니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는가.

아무 탈없이 새천년을 맞게 된다면 그 보다 더 다행한 일이 없겠지만
끝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대응작업 완료에 힘쓰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갖춰야 할 것이다.

비상식량 상비약 현금확보 등은 이미 보편화한 가정 비상대책이다.

연말연시 며칠간의 은행휴무, 정부의 합동비상대책반 가동, 일부 기업들의
비상근무 등이 이제까지 알려진 또 다른 대책내용들이지만 미국 등은 내년에
도 Y2K문제가 기술 법률 기업경영 분야에서 상당기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그에관한 대비책도 강구중이다.

과민은 문제지만 방심은 더 큰 문제다.

사단이 난 뒤에야 또 허겁지겁 법석을 떠는 일은 없어야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