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엄 경영전략 ]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

새로운 천년, 밀레니엄이 다가오고 있다.

새 천년엔 세계경제나 한국경제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현 추세대로라면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대변화(mega-trend)가 밀려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구촌 시대를 실감케 될 것이다.

새 천년의 시작과 더불어 본격화될 뉴라운드에선 종래에 세계 각국의 고유
문제로 간주됐던 정책과 기준, 관행, 의식수준까지 통일시켜 "공정한 경쟁
기반(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런 기반위에 모든 기업들은 세계경영에 열을 올릴 것이다.

생산거점을 가장 싼 지역으로 옮겨가야 국제분업상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기업생존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연 국경개념이 약화되면서 "세계=국가=기업"의 등식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도기에는 인접국간의 통합움직임도 지속될 것이다.

세계경제질서가 북미, 유럽, 아시아 등 3대 경제권으로 재편되면서 국제
통화질서도 달러화, 유로화, 엔화(혹은 아시아 단일통화) 등을 축으로 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산업구조도 지식산업 위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가 노동및 자본에서 지식및
정보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아래에선 더이상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다.

세계인의 생활에서도 현재 가상공간인 인터넷이 현실공간으로 닥칠 것이
확실시된다.

전자상거래, 전자화폐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자유화와 창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잡는 동시에 사회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
된다.

세계경제의 밀레니엄 변화속에 한국만이 홀로 오아시스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새 천년에 한국경제의 모습은 한 마디로 "저성장-고실업-고령화"로 집약
되는 선진국 체질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권력도 국가에서 민간으로 이동되면서 경제정책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평가 기준도 성장보다는 수익, 가치가 중시됨에 따라 지식산업이 국부의
원천으로 자리잡으면서 자유와 경쟁이 경제운용 원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도 근로자에서 지식인과 대주주로 옮겨가면서 빈부격차가 커다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될 것이다.

경제원동력의 요인으로 조직보다는 개성과 개인이 중시되면서 솔로(solo)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새 천년에 대내외 경영패러다임이 변한 만큼 기업들도 경영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를 테면 밀레니엄 기업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첫째, 세계 보편적인 질서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정부가 뉴라운드와 같은 다자채널에 참여하는 한편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을 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 이원적 전략(two-track strategy)에 맞춰
세계경영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둘째, 한국에만 국한된 경영전략은 더 이상 효용이 없어진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 혹은 외국기업과의 조화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기업경영도 자유와 경쟁이 강조되는 시대에 있어선 될 수 있는 한 근로자
자율에 맡겨 창의력을 북돋아 주는 것이 최선책이다.

셋째, 경영구조도 각종 관행과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게 손질하고
수확체증시대에 맞게 지식업종을 전략적인 품목으로 육성해야 한다.

기업들의 생존역량도 범위나 규모보다는 위기관리능력에서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미리 확보해 놓아야 한다.

넷째, 소액주주와 외국인, 소비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는 내부사정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 알리는 투자자 관리(IR)
활동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통일에 대비한 새로운 경영전략도 함께 마련해 놓아야 한다.

정치, 사회적인 통합뿐만 아니라 남북한 합작으로 21세기에 새로운 먹거리
가 될 수 있는 전략상품을 개발해 놓아야 할 것이다.

<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