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교선 < 변호사 / 법무법인 세종 Y2K팀장 >

지금 인류는 영겁과 무한의 우주 시공에서 인류 스스로 정한 시간 단위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른바 Y2K, 즉 컴퓨터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다.

이는 컴퓨터가 연도의 뒤 두자리만을 사용해 연도를 표기해 오는 바람에
10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바뀌는 시간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 계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물론 장비상의 Y2K문제는 기본적으로 기술적 문제이고 그 해결 자체도
기술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기술을 모르더라도 이를 거래하고 이용하며 살아
간다는 점에서 기술적 문제가 법률적 문제로 바뀌게 된다.

기술의 이용을 위하여 거래하고 그 거래 및 결과발생에 관한 책임 여부를
사회적 계약 또는 법규라는 제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Y2K문제는 <>장비의 문제 여부를 진단 해결하는 단계 <>미해결로 손해가
발생하는 단계 <>손해복구를 위한 배상책임의 판정단계로 법적 절차를 밟아
진행된다.

이때 Y2K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비의 제작자 이용자 또는 최종적으로 재화
용역을 제공받는 소비자 등의 입장차이에 따라 법적인 권리의무가 구별될 수
있다.

또 장비의 거래형태(매매 임대차 도급 리스 등)와 거래의 준거법규(국내법
외국법)에 따라 거래를 규율하는 법리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법상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민법조항 이외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약관의 효력 여부나 저작권법 컴퓨터 프로그램보호법상의 저작권침해
여부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외국법이 적용되면 우리법이 채택하지 아니한 제조물책임법의 무과실책임
조항도 적용될 것이다.

Y2K문제로 인한 법률적인 문제는 크게 보아 두가지 유형이다.

첫째 Y2K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비의 거래당사자중 Y2K문제의 진단 수리비용
부담의 책임주체는 누구냐 하는 것이다.

Y2K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비의 제공자 또는 장비의 이용자 중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구체적인 사안과 거래상 약정된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단 공급시기가 최근에 가까울수록 장비의 제공자에게 그 애프터
서비스의 책임을 지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둘째 Y2K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의 문제다.

이는 손해배상주체가 누구냐의 문제도 있지만 손해가 무엇을 말하느냐 하는
점도 따져보아야 한다.

즉 Y2K문제를 지닌 장비의 오작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가 있을 수 있다.

시간연산장치가 내장된 교통신호기가 오작동함으로 인하여 교차로에서
차량이 충돌하여 생긴 피해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Y2K로 인한 기계의 오작동으로 그 장비를 이용한 다른 장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가 있을 수 있다.

전기공급설비가 Y2K문제로 오작동하게 되어 전기를 공급받아 가동되던
병원의 투석기 혈액공급기 등 생명유지시설이 오작동하여 환자에게 발생한
신체상의 피해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주체는 거래유형이나 오작동의 원인을 조사해 판정되는
것이지만 장비의 제조자나 이용자가 그 오작동의 가능성을 방치한 점이
인정돼 배상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민법은 통상의 손해를 배상 한도로 정하고 있지만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도 당사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또 발생된 손해에 대한 배상외에 영미법계 국가들은 손해를 일으킨 잘못을
응징하는 의미에서 실제 손해와 무관하게 벌금적 성격을 띤 거액의 배상금을
명하는 법제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Y2K문제에 대해 벌금적 성격의 배상금지급을 금지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있다.

Y2K문제는 기술적 해결과 함께 당사자들간의 법적 의사소통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법적 문제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