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점 위생, 일반 가정수준 요구해야 ]

김정호 < 경제학 박사 >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기존 법체계가
가진 큰 문제 중 하나다.

완벽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고 만들수도 없다.

법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단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일 뿐이다.

위생 관련 법규에서 그렇지 못한 사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여름만 되면 어떤 음식점의 냉면 육수에서 대장균 등의 세균 몇 마리가
검출되었으며, 법이 정한 기준을 훨씬 초과한다는 보도를 접하곤 한다.

사람들은 무슨 큰 일이나 난 듯 반응한다.

하지만 그런 식의 조사는 반쪽의 진실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이때의 책임 있는 행동이란 음식점 주인이나 주방장이 손님을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했다면 취했을 행동이다.

인간은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가장 책임있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보통의 가정이 어느 정도의 위생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것을 기준으로 음식점이나 식품가공업자의 위생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조사 결과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얼마 전에 어느 의대교수 한 분이 그런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연구결과 많은 가정의 도마와 행주, 냉장고에 보관된 음식에서 엄청나게
많은, 심지어는 백만마리가 넘는 세균이 검출되었다.

청결을 유지하는 데에도 비용이 든다.

시간이 조금만 지난 음식은 버려야 하고, 행주는 늘 빨아서 말려야 하고,
도마는 살균제로 소독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조차 완벽한 청결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자면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살며, 그것은 합리적이다.

법이 음식점이나 식품가공업자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일반 가정 수준의
위생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이상의 요구는 지나치게 식품 가격을 높여 소비자들의 복지를 낮출
뿐이다.

< 자유기업센터 법경제실장. www.cfe.or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