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무기력증이 지속되고 있다.

장세를 확실하게 이끌어나갈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금리인상 가능성"이라는
악재만이 증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런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최근들어 증시 관계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인터넷 등 첨단기술
관련 주식들의 "날개없는 추락"이다.

첨단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1주일 동안 3.42%나 하락했다.

주말인 6일의 종가는 2,547.97로 사상 최고였던 지난달 16일(2,864.48)에
비해서는 11%나 빠졌다.

월가 전문가들이 주가 조정의 하한폭으로 치는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첨단 주식들의 거품 빼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 수준의 추가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평균 지수는 지난 한주간
0.55% 올랐다.

그러나 이를 국면 전환의 전조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다우지수는 결과적으로 소폭 올랐을 뿐, 지난 1주일 내내 급격한 하락과
반등을 되풀이하는 등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6일의 경우 오전중 8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가 잠시 되오르는 듯 하더니
오후 들어서는 다시 1백포인트 이상 미끄럼을 탔다.

그 전날인 5일에는 하룻동안의 상승-하락 진폭이 2백50포인트에 달했다.

"요즘 증시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한다. 한마디로 스릴 만점"
이라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을 정도로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

주말들어 특히 주가가 불안했던 것은 6일 발표된 노동부의 7월중 고용관련
통계 때문이었다.

비농업 부문의 신규 취업자수(31만명)나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0.5%)은
모두 당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실업률 역시 30년래 최저 수준인 4.3%에서 한치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잠시 수그러드는 듯 했던 인플레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이달 하순에
금리의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같은 "금리 악재"는 금융주를 비롯한 대부분 주식들을 한층 밑으로
끌어내렸다.

시티그룹 주가가 지난 1주일동안 4% 추가 하락한 것을 비롯해 아메리칸익스
프레스와 JP모건 등이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대표적 금융 관련 주가 지표인 블룸버그 월 스트리트지수는 6일 하룻동안에
만 3.7%나 미끄러졌다.

무엇보다도 증시 관계자들을 암담하게 하는 것은 과거 증시 전반을 주도했던
인터넷 주식들의 바닥을 모르는 하락 행진이다.

인터넷 주식의 맏형 격인 야후는 지난 한주에도 7% 뒷걸음질쳤다.

그나마 이 정도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온라인 경매시대를 열며 "인터넷 신데렐라주"로 각광받았던 e베이는 닷새
동안 14.8% 떨어진 주당 83.25달러로 지난주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과 거의 동시에 기록했던 지난 4월 27일의 최고치(주당 2백34달러)에
비해서는 불과 석달 남짓한 사이에 64%나 수직 하강했다.

온라인 증권회사들은 인터넷붐이 급격히 식고 있는데다 금리인상 우려라는
악재까지 겹쳐 몇겹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E*트레이드 그룹의 주가가 지난 1주일새 14.5% 하락한 것을 비롯해 찰스슈왑
등 대부분 관련 주식들이 연일 추락하고 있다.

이번주 증시의 관찰 포인트는 인터넷 주식들의 이같은 연쇄추락의 중단
여부다.

그 여하에 따라 증시전반의 분위기가 좌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