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신출귀몰하던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된 것은 16일 오후 5시20분께였다.

지난 97년 1월20일 새벽 복역중이던 부산교도소 감방 화장실의 환풍구
창살을 뚫고 어둠속으로 사라진 지 2년6개월.

신출귀몰하던 신창원도 이날 평범한 이웃주민의 신고로 도주행각에 종지부
를 찍었다.

신창원은 도피행각을 시작한 이후 6차례나 경찰에 검거될 뻔했다.

처음으로 신의 행적이 포착된 것은 탈옥 9개월만인 97년 10월15일.

장소는 충남 천안시 목천면 H빌라였다.

당시 경찰은 인근 다방 종업원 전모(31)씨와 동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신은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찰을 따돌리고 달아났다.

그리고 두달 뒤인 같은해 12월30일.

신창원은 체포 직전까지 갔다.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N빌라에서 강모(22)씨와 동거중인 것을 경찰이
덮쳤다.

신창원은 이런 상황에서도 수사관을 뿌리치고 또다시 도주했다.

해를 넘겨 98년 1월11일.

신창원은 옛동거녀 전씨를 만나기 위해 충남 천안시 광덕면 매당리 S식당에
갔다가 경찰과 맞닥뜨렸다.

신창원은 식당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관과 격투를 벌여 권총까지
빼앗아 달아났다.

2개월후인 같은해 3월6일.

신창원은 고향인 전북 김제시 금구면 대화리 휴게소에서 빵과 우유를
사가지고 나오다 잠복중이던 경찰에 검문을 당했다.

경찰은 공포탄을 쏘며 추격했으나 신창원은 야산으로 도주, 유유히
사라졌다.

신창원은 또 같은해 7월16일 서울 강남구 포이동 C식당 앞길에서 승용차에
타고있다가 순찰중이던 경찰관 2명의 검문에 적발됐다.

신창원은 이번에도 격투를 벌인 뒤 인근 야산으로 모습을 감췄다.

바람같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창원의 도피행각은 지난 6월1일 끝나는
듯했다.

오후 3시 30분께 천안시 봉명동 M다방 업주가 "여종업원 정모(20)씨와
보름전부터 동거한 남자가 신창원 같다"는 신고로 검거직전까지 갔다.

신창원은 정씨와 인근 K여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신창원의 코는 개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낌새를 알아채고 더 깊은 도주의 터널로
숨어들었다.

신창원은 도주직전에 정씨와 점심을 먹은 뒤 충남 70가 4223호 쥐색
승합차를 타고 다방으로 오던 중 "내가 신창원"이라며 소리를 지르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때 신창원은 청바지를 걷어올려 허벅지에 장미문신을 보여 주는가 하면
차안의 배낭 6개안에 들어있던 3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여주며 "서울에서
한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16일 오후 5시께 가전제품수리공의 날까로운 관찰력에 신창원은
검거됐다.

2년6개월간의 도피기간동안 그는 노숙자로, 여자로, 테굵은 안경을 쓴
대학생으로 변신했다.

강도 치사범 신창원-.

신출귀몰은 했으나 결국 부처님 손바닥 위였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