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금융기관 보유 주식의 의결권 제한 해제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외국인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LG나 동부등 다른 대기업들도 계열금융기관들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에따라 이들은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조항을 완화해 달라는 삼성측
요구에 공정위가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 본지 7일자 1면 참조 ]

<>삼성, 왜 요청했나 =삼성전자가 공정위에 의결권 제한해체를 요청한
근본 속사정은 계열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제조업체나 대주주 출자가 많은 현대등과는 달리 삼성의 경영지배구조
가 다소 취약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지분율 8.2%) 외에 에스원(9.7%), 호텔신라
(8.0%), 삼성항공(7.8%), 삼성물산(9.5%) 등 주요계열사의 지분을 10%안팎
(98년말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도 제일기획(9.7%)의 대주주다.

이들 금융기관이 보유하는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과거에는 의결권이 없어도 문제가 없었지만 외국인 주식투자가 완전
자유화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미 마이크론이 마음먹고 삼성전자에 투자한 13개
투자펀드만 설득하면 경영권을 탈취할수 있게 된 것이다.


<>타 대기업도 예외 아니다 =삼성외에 LG도 LG증권이 LG전선 주식 4.0%를,
LG카드가 LG정보통신 지분 2.2%를 갖고 있다.

또 동부는 동부화재가 동부한농화학(10.0%)과 동부제강(7.6%)을, 동부생명이
동부건설(10.2%)을 보유중이다.

이들 기업은 삼성만큼 급박하진 않으나 외국인 주식투자가 가속화될 경우
앞으로 이 보유지분의 의결권 행사가능여부가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융을 주력핵심사업의 하나로 택한 현대나 대우, SK 등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미 외국인 지분율이 33%에 달한다.

SK가 갖고있는 지분(18.5%)보다 두배 가까운 수준이다.


<>해법은 없는가 =공정위 입장은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재구 기업집단과장은 "30대그룹 계열금융기관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금융기관을 통한 경제력 집중 심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삼성측 건의대로 역차별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딜레마는 기업 경영권 안정을 위해 의결권 제한을 풀 경우 "고객
돈으로 기업을 확장하는" 부작용이 나올수 있다는 점이다.

그 해결방안으로 재계는 일본의 사례를 들고 있다.

일본금융기관은 히타치 도시바 등 주요기업 주식 30%이상을 보유해 경영권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행처럼 의결권에 제한을 두더라도 계열금융기관들이 살수 있는 지분취득
한도를 높여 우호세력을 두텁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규사업에 대한 출자는 엄격히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주장한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