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8일 공개
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본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지만 경제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여차하면 언제든지 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FRB의 이같은 신중한 자세가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긍정적이라고 본다.

FRB의 조심스러운 처신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7%나 되는 것으로 밝혀지자
FRB가 금리인상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아직
불확실한 측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수준이고 무역수지적자도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4월에 CPI가 0.7%나 오른 것은 국제원유가 상승 탓이 크다.

주택신축 착공건수가 전달에 비해 10%나 떨어진 것을 보면 미국 실물경제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FRB안에서도 올 1.4분기 제조업 생산성이 4%나 올랐고 석유류를 제외한 수입
물가도 떨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해도 지금 당장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주가폭락
국제금융위기재발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경고를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약화시킴으로써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
이 채택된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던 우리경제도 크게
흔들리기 쉽다.

미.일간의 금리격차가 확대되면 엔화약세가 심화돼 원화는 상대적으로
평가절상 압력을 받게 된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출이 타격을 받게되고 경상수지흑자가 줄어들게
뻔하다.

미국의 소비가 위축될 경우 우리수출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진다.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자본이 다시 미국으로 몰려 국내 금리인상 및
주가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통화정책을 강화하겠다는 FRB의 경고가 반드시 금리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96년1월 이후 26차례의 회의중 14차례나 통화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로 금리가 인상된 것은 97년3월 단 한번 뿐이었기 때문
이다.

이번 경고로 미국증시의 거품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잘된 일이 될 수도 있다.

세계경제가 동조화된 지금 미국경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