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1호" 기업인 휴렛팩커드(HP)가 인터넷 기업으로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선발업체인 IBM의 인터넷 사업 성공에 자극을 받은데다 델 컴팩 등 후발
경쟁업체들의 추격에 위협을 느껴 인터넷 사업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키
위한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최고경영자(CEO)의 교체다.

지난 3월 이미 사임의사를 밝힌 루 플렛(58) 현 CEO 후임으로 여성 경영자인
앤 리버모어(40)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문 사장을 내정했다.

HP사상 최초의 여성 CEO다.

루 플랫은 92년 취임후 계측기와 컴퓨터 사업부문의 동시 성장전략을
세웠다가 실패, 물러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 플랫의 오판으로 HP는 컴퓨터 사업부문에서는 후발업체에 밀리고 인터넷
사업에서는 신생업체들의 발빠른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등 고전을 계속해
왔다.

주가도 컴퓨터업계 평균성장폭보다 떨어지자 HP는 최근에서야 컴퓨터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계측기 사업부문을 분리키로 결정했다.

후임인 리버모어는 HP의 재기를 책임질 차세대 주자로 일찍부터 거론돼
왔다.

팀워크와 결단력, 비전이라는 경영의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평이다.

현재 HP 전체매출의 28%(1백50여억달러)를 올리는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가 내세운 재기 전략의 골자가 바로 "E서비스" 사업의 강화다.

리버모어는 18일(미국 현지시간)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있는 본사에서
"E서비스 전략"이란 이름의 향후 인터넷 성공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리버모어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 오라클, 바안, SAP,
앤더슨컨설팅 등 19개 기업과 인터넷 사업부문에서의 기술제휴및 영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리버모어는 이같은 인터넷 전략을 발표하면서 HP를 단순한 컴퓨터 제조업체
가 아닌 인터넷 기업으로 기억해 달라고 주문했다.

"리버모어의 HP호"가 어려운 난관들을 헤치고 실리콘 밸리 1호기업으로서의
명예를 되찾게 될지 주목된다.

< 실리콘 밸리=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