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 학력에 다섯번 도산한 사람이 설 자리가 있을까.

박세준(54) 우성지도 사장은 그럼에도 일어섰다.

재기한 정도가 아니라 벤처기업인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문이 밀려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다.

그는 발명가다.

전천후 자동공압펌프,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장치, 도로구분이 쉬운 지도 등
60여건을 개발했다.

사무실 벽에는 특허증을 걸 틈이 없을 정도.

작년에는 발명가 최대영예인 세종대왕상을 받았다.

도로를 명확히 표시해 새로운 주소체계에 기여할 수 있는 지도를 개발한
공로다.

발명품중 20여건을 제품화했다.

그는 화가이며 서예가이기도 하다.

사장실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지리정보시스템 같은 첨단장비가 있고 다른
책상에는 한지 먹 붓이 있다.

벽에 걸린 호랑이그림은 직접 그린 것.

그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굳이 덧붙인다면 농사짓다 말고 계룡산에 들어가 배운 한학과 그림이 있다.

그는 숱한 직업을 전전했다.

고향인 충북 영동을 떠나 서울에서 벌인 사업은 그림장사.

문방사우를 가방에 넣고 기업체를 찾아 다니며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줬다.

돈을 주면 받고 안주면 그냥 나왔다.

화랑으로 사업을 확대했다가 오일쇼크로 문을 닫은 게 첫번째 실패.

새 사업은 핸드페인팅.

테이블보나 소파커버에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유망사업이라고 생각해 뛰어들었으나 수요가 없어 문을 닫았다.

회사를 팔아 빚을 일부 갚고도 남은 부채가 1억3천5백만원.

고심 끝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천의 도예촌에 들어가 닷새동안 그림을 그려주고 받은 도자기가 4백여개.

화가를 찾아 그림과 바꿨다.

대형건물 로비에서 현대작품비교전을 열고 그림을 팔았다.

빚을 다 갚는데 걸린 기간은 불과 3개월.

그후에도 여러번 쓰러졌으나 다시 일어선 것은 무슨 수를 써도 빚을 갚아
신용을 지켰기 때문.

그는 불편한 것을 보면 몸이 근질근질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뚫어지게 관찰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타고난 재주를 지녔다.

사업상 전국을 누비면서 지도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5시간동안 헤맨 적이 있다.

쉽게 빨리 찾을 수 있는 지도를 고안한 것도 이런 계기에서다.

도로를 갖가지 색깔로 나타낸 것.

도로가 한눈에 들어와 목적지를 찾기 쉬운 3색 도로지도를 탄생시켰다.

지도내에 가로 세로 대각선거리를 표시해 거리도 금방 알 수 있게 했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세계에서 처음 고안한 것.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유럽에서 특허를 받았다.

지도업체 최초로 지난해 벤처기업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전천후 자동공압펌프와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장치도 불편을 못 참는 성격
때문에 탄생했다.

그는 먼저 직관으로 발명한 다음 대학교수나 연구원 등 전문가를 찾아
개발품을 이론으로 뒷받침했다.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장치는 시화공단에 첫 시공되기 시작했다.

이에 관심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30군데가 넘는다.

엄청난 잠재수요를 갖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 계열사인 우성환경기계를 포함해 1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펌프와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장치 판매가 시작돼 몇년내 매출이
1천억원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한다.

박 사장은 학벌이 없어도 아이디어와 정열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기업인이다.

(02)534-1114

< 김낙훈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