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자로 도시지역 자영업자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국민연금이 확대
적용된다.

그러나 소득신고기간이 당초 예정보다 연장되고 보험료 직권결정제도까지
유명무실해지는 등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몇차례 보완대책이 나왔지만 "반쪽연금" "속빈 강정" 등 비판적 평가가
여전하다.

난마처럼 얽힌 이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그 과제는 전적으로 차흥봉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57)의 몫이다.

지난 2월27일 공단의 새 조타수로 등장한 차 이사장은 신고권장소득표를
만드는 등 이번 연금확대작업시 핵심적 역할을 한 터라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 83년 보건사회부 보험제도과장 시절 의료보험 통합을 주장하다가
조합주의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공직에서 물러났다.

학계(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있을 때도 의보통합을 줄기차게 주창해
온 "집념파"이기도 하다.

위기에 처한 "국민연금호"의 운영계획을 차 이사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취임한지 한달이 지났다.

그간 무척 바빴을텐데.

"신고를 독려하고 각종 보완대책을 마련하느라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휴일도 잊은채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욕만 얻어먹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근로요원 1만1천여명(국민연금
길라잡이)을 고용하는 등 총력홍보전에 나섰다"

-IMF 한파속에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소득신고를 강행한 끝에 숱한
시행착오가 발생해 인상이 좋지 않은데.

"여러가지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자위한다.

선진국의 경우 최소한 50년이 걸렸다.

일본만 해도 지난 44년 후생연금을 도입한지 17년 뒤인 61년에 국민연금을
도입하면서 근로자 자영업자 주부 등을 가입대상자로 삼았다.

그래도 가입율은 84%에 불과하고 지금까지 계속 가입을 독려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압축성장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고 선진국의 경험을 거울 삼는다면
짧은 기간내에 국민연금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들어온 42만5천2백72건의 소득신고 자료를 조사한 결과 평균
신고액이 90만8천5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신고소득 수준은 지난해말 현재 5인이상 사업장 가입자의 평균소득
(1백48만1백21원)은 물론 올해 사업장가입자의 중위소득(1백6만원)보다도
낮다.

지난 1월 공단에서조차 도시지역 주민의 평균신고소득이 1백13만5천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결국 직장가입자만 "봉"이 되는 것 아닌가.

"시행 초기의 일부 통계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아직 신고기간중인만큼 전체 소득을 조사하지는 않았다.

IMF 한파로 당초 예상에 다소 미치지 못할 것 같다.

고소득 자영업자가 자신의 실제 소득이 노출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소득신고를 기피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4월 1일부터 미신고자에 대해 자신의 부담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선택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총 연금액도 늘어난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면 하향
신고 추세가 진정될 것이다.

게다가 과세자료 등 각종 자료를 통해 신고소득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해
실 수입에 비해 낮게 신고한 가입자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결코 어떤 한 집단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렇더라도 "유리알 지갑"을 가진 샐러리맨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힘들 것
같다.

"물론 보험료 부담에 있어 직장가입자와 자영업자간의 형평성 유지는
국민연금의 미래를 좌우할 문제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검토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더욱 정확한 소득추계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약속한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려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
을 높여야만 한다.

이를 위한 대책은.

"기금 운용을 책임지는 이사를 계약직으로 공채하기로 했다.

적정한 수익률 목표를 부여한 뒤 이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등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겠다.

기금을 운용하는 조직도 컨설팅사의 외부진단을 거쳐 기능과 인력을 재배치
할 계획이다"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

지난 2월말 현재 38조2천억원에 달하는 기금자산의 운용을 외부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낫지 않나.

"지난 10년간 정부에 30조원을 빌려준 뒤 7조원의 이자를 받았다.

결코 낮은 수익률이 아니다.

그렇다고 공공자금의 특성을 감안할 때 수익성만 생각해 금융상품에만
투자할 수도 없다.

운용방법을 다양화하기 위해 자산운용의 아웃소싱 여부에 대해 타당성과
실시방법등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중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앞으로 공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그간 도시지역 확대업무를 하면서 국민들로부터 공단 직원이 고압적이고
불친절하다는 질책을 많이 들었다.

70개 지사 단위로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전 임직원에 대한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해 경영을 쇄신하겠다.

국민연금연구센터와 기금운용실이 공동으로 실시중인 기금운용전략회의를
활성화해 회의결과를 투자에 적극 반영할 생각이다"

-오는 4월 15일이 신고마감일이다.

가입대상자중 95% 이상으로부터 신고서를 제출받고 그중 60% 이상으로부터
소득신고를 받는다는 당초 목표 달성이 가능할까.

"국민연금은 김대중 대통령도 강조한대로 선정중의 선정이다.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험의 주축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효과가 크다.

지난 2월초 제기됐던 각종 문제는 그간의 보완대책으로 대부분 해소됐다.

적용제외자를 뺀 8백90여만명의 가입대상자중 95% 이상이 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신고율은 50%는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