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화와 고효율"

지난해 민영화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공기업들에 이 두단어는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자 가고자하는 목적지였다.

가치 판단때 예외없이 적용되는 잣대이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공기업들은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인원과 급여상의 "군살빼기"는 겉모습에 불과하다.

경쟁력과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결과는 각종 실적지표가 개선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매머드급 덩치임에도 활발하게 경영혁신에 나서고 있는 공기업 3곳의
변화상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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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담배인삼공사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담배인삼공사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부터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착수해 조직슬림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87년 4월 전매청에서 한국전매공사로 전환될 때 1만3천명에 달했던
인력은 현재 6천1백7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작년에 1천5백여명을 감축한 결과다.

2000년까지는 정원을 4천5백명으로 맞출 계획이다.

공사는 대신 2백52명의 계약직 사원을 배달업무에 투입키로 했다.

공사는 계약직 사원 활용으로 연간 22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조직도 압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공사의 부서는 4백71개였다.

하지만 지금은 3백98개이다.

1년동안 통폐합 등으로 73개 부서를 줄인 것이다.

내년말까지 부서를 3백18개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부서만 줄인 것이 아니다.

공사는 부서통폐합과 함께 권한을 지속적으로 아래 단계 부서에 넘겼다.

실질적인 책임을 갖고 업무를 수행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따라 6백26건에 달하는 실무권한이 하부에 이양됐다.

이에따라 결재라인도 사장-본부장-국장으로 압축됐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면서 업무처리가 더욱 빨라질 수 있는 틀이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현재 8개인 제조창을 2001년까지 4개로 줄이고 잎담배 가공시설도
6개에서 2개로 축소할 방침이다.

시설 현대화를 위한 과감한 통폐합 작업이다.

IMF이후 고환율시대를 맞아서는 수입원자재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불필요한
해외투자사업을 축소, 1천3백억여원의 경비를 줄였다는 진단이다.

또한 엽연초생산협동조합을 43개조합에서 38개조합으로 통폐합하고 재료품
(필터플럭, 팁페이퍼)업체를 13개사에서 7개사로 줄였다.

기업의 재무구조도 아주 탄탄한 편이다.

공사의 부채비율은 제로에 가까워 국내기업들중 가장 좋은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담배인삼공사의 작년 매출실적은 수출을 포함해 모두 4조8천2백89억원.

법인세를 빼고도 3천56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 남겼다.

97년 2천2백58억원보다 35.3% 증가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산 담배는 국내에서 전혀 기를 펴지못하고 있다.

지난 85년 담배시장이 완전개방된 이후 97년 11.2%까지 올랐던 외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에는 4.9%로 급락했다.

일본(22%) 대만(30%) 프랑스(55%)와는 비교가 안된다.

국민들의 애국심이라기 보다는 공사가 쳐놓은 진입장벽과 마케팅 강화가
그만큼 효과를 거두었다는 분석이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중 외국 자본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래서다.

공사측은 2000년까지로 잡힌 완전 민영화 계획도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

우선 주식가치 평가를 위한 자산평가를 지난해에 완료했다.

결과는 1주의 가치는 1만3천6백56원 수준.

정부는 올해 정부 지분 25%를 매각하고 2000년까지는 나머지 75%도 모두
팔아 완전히 민영화 할 계획이다.

현재 외국인 지분한도를 25%로 정하고 1인당 지분한도는 7%로 개정한
상태다.

담당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주식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작업에 나섰다.

97년말 내부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최고경영자에 오른 김재홍 사장은 "과감한
권한이양과 아웃소싱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