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블록으로 세계의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던 "레고 신화"가 무너졌다.

지난 1932년 창업이래 처음으로 작년에 적자를 냈다.

67년만이다.

올해 1천명을 감원한다.

종업원 10명중 1명을 줄이는 셈이다.

장난감 왕국의 최대 위기다.

장난감업계는 물론 미국 산업계도 레고의 적자를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

레고가 적자를 낸 주요 원인이 단순하게 경영부실 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품의 경쟁력이 뒤지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장난감 블록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요인을 꼽으라면 단 하나,재래산업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이 레고블록 대신 PC게임등 첨단 오락에 매달리고 있는 게 원인이다.

21세기로 진입을 앞두고 있는 미국기업들은 그래서 레고의 적자를 주목하고
있다.

물론 레고는 첨단 전자오락 분야에도 진출했다.

해마다 매출과 이익이 떨어진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매출의 대부분은 장난감 블록에 의존했다.

전자업체들과의 개발경쟁에서도 뒤졌다.

그 결과 96년 5천3백만달러에 달했던 이익규모가 97년에는 9백70만달러로
줄었다.

작년에는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레고가 20세기와 함께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애머슨 컨설팅의 빅터 마이어 연구원은 "레고의
적자는 만드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레고 블록은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에 걸쳐 애용됐지만 구매력을
갖춘 지금의 부모와 어린아이들은 할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생각보다는 느낌을
우선하는 사람들"이라며 "창의성을 강조하는 레고 블록이 PC게임등에 밀려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사회의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없으면 제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도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증명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