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과학기술정책이 구호만 요란할 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방송통신위성정책만큼 정부부처간 손발이 안맞
고 비효율적인 경우도 드물 것이다. 한국통신이 지난 95년 처음 쏘아올린
무궁화1호 위성은 궤도진입에 차질을 빚어 거의 용도폐기되다시피 한데다
이듬해 발사된 무궁화2호도 지상에서의 준비부족으로 방송용 중계기능을
2년이 넘도록 하지 못하고 있다. 이 2개의 위성에 무려 3억달러가 들어갔음
을 생각할 때 너무도 많은 외화가 우주공간에 버려졌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이런 판에 데이콤이 위성방송을 위해 오는 3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데이콤
샛을 발사할 예정이고 한국통신이 8월 대서양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무궁화
3호를 쏘아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두 위성의 제작.발사 비용이 3억
달러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귀중한 외화를 들여 위성을 발사해봐야 적어도 2년동안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얘기고 보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위성
방송의 법적 근거가 될 새 통합방송법의 제정이 방송허가문제를 둘러싼 관계
부처간, 이해집단간 이견에다 최근에는 방송개혁이 맞물려 계속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임시국회에서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일러야 연말께나 방송사업자가
선정될 전망인데 시험방송에 최소한 1년정도가 필요하다고 볼 때 2001년께나
위성방송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때까지 무궁화3호와 데이콤샛의
손실은 5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니 위성사업은 "헛돈만 쓰는 엉터리 장사"
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볼 때 방송통신위성의 보유는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위성방송통신 비즈니스에 적극 참여하고 "통신 자주국"의 면모를
갖추는데 필수적이다. 정보통신산업의 긴요한 인프라라는 측면에서 위성사업
은 눈앞의 손익만을 따져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설계에서부터 발사에 이르기까지 핵심기술은 모두 외국
에 의존하고 우리는 돈만 대는 식의 위성사업이 언제까지 계속돼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한통은 위성기술의 국산화율을 무궁화3호는 20%, 2005년에
쏘아올릴 4호는 50%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1호 발사의 차질에서
보았듯이 위성기술은 의욕만으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투자와
기술축적, 고급두뇌의 양성이 요구되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정수가 바로 위성
기술이다.

우리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 확보하는 위성기술을 독자적인 차세대 위성
개발과 국내 우주산업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하지 못할 경우 우리의 위성사업
은 한낱 겉모양만 화려한 "우주쇼"로 끝날 수도 있다. 위성사업에 뛰어든
기업은 물론, 통합방송법이나 정책을 다루는 국회 정부 모두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