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타결 직후 부패라운드(뇌물방지협약)를 새로
들고 나왔다.

"해외시장의 수주경쟁 등에서 빚어지는 뇌물 관행을 뿌리뽑지 않으면 "글로
벌경제"의 장래는 보장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미국은 예의 밀어붙이기식으로 다른 나라들을 몰아세워 국제협약을 성사
시켰다.

물론 한국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해외건설업체를 비롯해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기업들은 혹시 시범케이스로
걸려들까봐서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이 국제협약을 밀어붙인데는 "미국은 늘 패어플레이를 하려고 하는
데 다른 나라, 특히 중.후진국의 경쟁자들이 뇌물공세를 퍼붓는 바람에 국제
경쟁이 혼탁해진다"는 논리가 은연중에 깔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러운 짓을 할줄 모르는 미국기업들만 손해보게 마련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런 미국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올림픽조직위원들에게 "돈질"
을 한 것이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는 2002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나 유치
과정에서 개최지 투표권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미국 수사기관들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냥 돈을 준 정도가 아니라 IOC위원들의 섹스 요금까지 지불했다는 혐의가
제기됐다고 외신은 전한다.

마이크 리비트 유타주 지사는 지난 10일(한국시간) IOC위원들이 직업적인
윤락여성들인 이른바 "에스코트 서비스" 여성들과 섹스를 한 비용을 솔트레
이크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이 신용카드로 지불해줬다는 혐의가 나와 조사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직위가 보인 일부 반응을 보면 미국인의 자가당착적인
우월주의가 여전히 배어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위원회는 "올림픽 유치과정에서 다른 도시들이 쏟아부은
뇌물에 비해선 약소했다"고 강변했다.

"뇌물이 유치성공에 결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는 식이었다.

미국은 패어플레이를 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워낙 물을
흐려놓아 하는 수 없이 그랬다는 논리다.

물론 솔트레이크시티가 다른 경쟁도시들보다 적게 뇌물을 썼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음 세기에도 지구촌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잣대가 이런
식으로 자의적이어서는 "글로벌경제"의 장래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같다.

이동우 < 경제부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