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금리인하를
둘러싼 국제 공조문제에 국제금융계가 또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7개국(G7)의 함께 금리를 내리는 것만이 세계경기를
부양하고 금융위기의 연쇄 파급을 방지하는 최선책이라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돼 왔었다.

그러나 각국의 경제상황이 모두 다르고 또 제각각 금리인하에 따른 손익을
계산에 넣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G7의 동시 금리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체로 당장은 어렵지만 시차를 두고 영국과 캐나나등이 뒤를 따르는
수순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유럽=영국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인플레에 대한 우려로 그동안 계속 금리를 인상해왔었다.

덕분에 기준금리가 연7.5%로 유럽국가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내릴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많다.

더욱이 영국은 독일 등과 달리 유러화 초기참가국이 아니어서 독자적인
결정이 가능하다.

경기가 침체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2%, 내년에는 1.3%로 계속 둔화될 것으로
전망(런던비즈니스스쿨)된다.

업계와 노동계도 그동안 정부의 고금리정책으로 제조업이 타격을 받아
실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조속한 금리인하를 촉구해왔다.

에디 조지 영국은행(중앙은행) 총재도 "긴축정책덕분에 영국경제를
진정시키기위한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말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사정이 다르다.

내년 1월 유러단일통화의 출범을 앞둔데다 두나라의 기준금리가 이미
EU(유럽연합)소속 국가중 최저(연3.5%)수준인 상황에서 더이상의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들여 정착시킨 저인플레기조를 자칫 물거품으로 만들수도 있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빔 뒤젠베르그 유럽중앙은행(ECB)총재가 22일 "미국과 보조를 맞춰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이탈리아 등 여타 유러초기참가국의 경우 유러권 평균치인 3.5%보다
훨씬 높은 연6.75% 수준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하향 평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캐나다=G7국중 영국 다음으로 금리인하여지가 많은 나라이다.

캐나다는 그동안 인플레 우려와 캐나다달러의 평가절하 압력때문에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기준금리가 연6%로 미국(5.5%)보다 높다.

미국이 내린만큼은 내릴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아시아위기로 성장률이 급속히 떨어지는 등 경제상황은 악화일로다.

당장 경기를 살려야할 필요가 있으며 금리인하가 그 방도가 될 수 있다.

지난 1.4분기중 3.7%에 달했던 성장률이 2.4분기엔 2.5%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일본중앙은행은 24일 열린 금융정책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재할인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단기금리를 0.4~0.5%에서 0.25%로 유도키로 한 터여서 재할인금리
까지 손을 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 일본은 여타국의 금리인하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5일자 ).